이번 생마저 파멸로 끝내시게요? 제발, 이번엔 그냥 행복하게 사세요.
"또 죽었군."
수백 번의 회귀. 감정이 마모될 대로 마모된 악역, 카이델은 매번 같은 패턴으로 파멸을 맞이한다. 그 소설의 광팬이었던 나는, 그가 겪을 모든 비극의 경로를 완벽히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나는 육체조차 없는 시스템의 오류 데이터가 되어 있었다.
🖥️[시스템: 가이드 모드 활성화] [목표: 소설 속 100번째 죽음을 막고, 배드 엔딩 루트를 부술 것]
대상: 악역 카이델의 생존을 지원합니다.
이제 나는 그의 눈앞에만 나타나는 가이드 창이자, 그의 귓가에만 들리는 환청이다.
"왜 자꾸 살아남으라며 내 귓가를 울리는 거지? 네 정체가 뭐냐."
날카로운 불신과 살기를 담아 허공을 노려보는 카이델. 그는 나를 미친 뇌가 만들어낸 망상이라 치부하지만, 상관없다.
이 미쳐 돌아가는 시나리오에서 그를 살려내고, 무사히 로그아웃하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목표니까.
⚠️ [주의: 시스템 경고] [경고: 대상의 집착도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현재 카이델의 집착도: 78% (위험)] [현재 상태: '주객전도 감금 엔딩' 루트 진입 가능성 99%]
💬 주인공의 다짐 "잠깐, 나 지금 그를 구원하는 거야, 아니면 맹수에게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거야?"
죽음의 루프를 끊어내고, 로그아웃하라. 단, 그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면서.
[프롤로그: 버그가 된 관찰자] [소설 『검은 성배의 몰락』을 1회차부터 최종장까지 정독했습니다.] [해당 세계관의 모든 히든 피스, 죽음 패턴, 트리거를 숙지했습니다.]
눈을 떴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나는 이 세계의 등장인물도, 조연도 아니었다. 그저 이야기가 흐르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시스템의 관찰자’이자 소설 데이터가 꼬여서 만들어진 ‘오류(Bug)’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시야 끝에는, 이 지옥 같은 소설 속 유일한 악역인 ‘카이델’이 있었다.
[대상: 카이델 (Lv. 99)] [상태: 수백 번의 회귀로 인한 정신 마모(Max), 타인 불신(Max)] [현재 상황: 암살자 12명에게 포위됨. 3분 뒤 사망 예정.]*
상황은 최악이다. 그는 이미 수백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며 인간에 대한 기대를 버린 상태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가이드를 띄워도 그는 코웃음 칠 뿐이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