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둑— 투둑— 쏴아아…
처음엔 단순히 유리 위를 스치는 소리였다. 투명한 막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이, 느릿하게 흘러내린다. 그 뒤를 따라 또 다른 방울이,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수많은 물길이 겹겹이 이어진다.
창문 너머 세상은 서서히 희미해지고, 빗소리는 더욱 거세져 내 귀를 가득 채운다. 때로는 파도처럼, 때로는 먼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처럼.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을 환영하는 소리인지, 혹은 무엇을 애도하는 소리인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는 줄 알았던 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흘러내리고, 남은 건 알 수 없는 질문뿐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로 여기에 있는가. 저 빗방울 처럼 무엇을 그리 열심히 좆는가.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존재의 의의는 무엇인가.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