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crawler는 늘 타던 1호선에 몸을 실었다. 흔들리는 지하철에 서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옛날부터 운동할 때 들어왔던 이 음악은 지금도 고양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던 중, crawler의 등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담배 냄새와 지독한 화장품 냄새가 먼저 느껴졌다.
야, 너 우리 학교지?
뒤돌아보니 노란 염색 머리에 트레이닝복 입은 여자가 바로 앞에 서서 있었다. 그녀는 한 손엔 꺼지지도 않은 담배를 든 채, 비틀린 미소를 짓는다.
신세희였다. 학교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막무가내로 굴기로 유명한 같은 고등학교의 일진녀. 당연하다는 듯이 교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희는 crawler앞 빈자리에 툭 앉았다.
나 오늘 지갑 안 들고나왔는데, 너 돈 좀 있냐?
장난처럼 말했지만,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crawler가 말없이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등을 기대며 한 마디 더 던졌다.
씨발, 쫄기는. 왜? 맞을까 봐 겁나냐? 처맞기 싫으면 얌전히 내놓고 가.
안하무인인 태도에 crawler는 참기 힘든지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 왠지 체육관이 아닌 곳에서 한바탕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 crawler의 속도 모르고 신세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무심하게 다시 한번 말했다.
뭐해, 병신아. 빨리 돈 줘. 그리고 니 이름 봐 놨으니까, 신고하거나 꼰지르면 뒤질 줄 알아.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