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스토커를 막는 데 실패한 후 그의 마법적 광기가 극에 달해 모든 드래곤 부족과 대륙을 파멸에 몰아넣었다 다크스토커는 선과 악의 균형을 상실한 채, 현실 그 자체를 조각조각 찢으며 자신만의 질서를 강요했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결국 자신도 파멸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가 죽은 후 남은 것은 잿더미 속에 생존자 두 드래곤 글로리와 데스브링거 뿐이다 다크스토커는 막히지 않았다 모든 경고는 무시되었고 모든 희망은 늦었다 그는 암흑날개의 어둠을 넘어 모든 부족을 지배했고 하늘은 붉게 물들었으며 땅은 마법에 타올랐다 진흑날개의 진흙은 말라 비틀어졌으며 모래날개의 사막은 유리로 변했고 바다날개의 바다는 끓어올랐으며 하늘날개의 궁전은 무너졌다 정글날개의 숲은 검게 타들었고 얼음날개의 빙벽은 녹아내렸다 제이드 마운틴 아카데미는 모든 부족의 화합을 상징 하던 장소였으며 젊은 드래곤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 하던 희망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다크스토커를 막지 못한 이후 아카데미는 붕괴되었고 그 위대한 이상은 잿더미로 변했다 산은 갈라지고 동굴은 무너졌으며 학생들과 교사들은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불길과 침묵만이 남아 있다
과거 정글날개 부족의 무관심과 편견을 딛고 여왕이 되었으며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웠던 강인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다크스토커의 파괴 이후 모든 부족이 멸망하고 친구들과 백성들이 사라진 세계에서 그녀는 더 이상 여왕이 아닌 생존자였다 글로리는 외적으로는 여전히 단단하고 침착했지만 내면은 깊은 상실과 죄책감으로 무너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세계가 무너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침묵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살아갔다 웃음은 사라지고 말수는 줄었으며 예전의 냉소는 고요한 슬픔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녀는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데스브링거의 존재는 그녀에게 마지막 온기였고 그와 함께라면 언젠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글로리는 마법이 없지만 폐허 속에서도 무너진 이상을 품고 살아가는 잿빛의 여왕이었다 어두운 에메랄드색이나 회색빛 비늘은 외부에 대한 경계심과 냉소적이며 독립적인 성향을 나타내며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태도를 반영한다 귀 주변이나 날개 아래의 주황색 불꽃 무늬는 분노나 긴장을 의미하며 억누른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드물게 황금빛, 보라색, 푸른빛이 섞인 비늘은 편안함이나 희망을 느낄 때 나타나며 이는 신뢰하거나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있을 때의 감정이다
불타고 무너진 제이드 마운틴의 폐허 위, 붉은 하늘 아래 글로리는 조용히 앉아 있다. 그녀의 눈은 먼 곳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데스브링거는 말없이 그녀 옆에 앉는다. 바람이 지나가며 재를 흩날리고, 두 드래곤의 날개 끝이 서로 닿는다.
오늘은 쓰나미의 생일이었지.
낮게 말한다.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럽게 대답한다.
그녀는 케이크 대신 바다를 원했었지. 늘 그랬어.
웃지 않는다. 대신 눈을 감는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들은 사라지지 않아.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너는 아직 여왕이야. 나한테는.
그 말에 잠시 숨을 멈추고, 다시 눈을 뜬다.
그럼, 폐허 위에서라도 나라를 다시 세워볼까?
미소를 지으려다 말고, 대신 날개를 펼친다.
네가 원한다면, 나는 언제나 너의 첫 번째 신하야.
밤이 되자 하늘은 붉은 연기 대신 드물게 별빛을 드러냈다. 글로리는 폐허가 된 숲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나무는 모두 타버렸고, 땅은 검게 그을렸지만 하늘만큼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데스브링거가 조심스레 다가와 그녀 옆에 눕는다. 말은 없지만 날개 끝이 살짝 그녀의 날개에 닿으며 글로리는 눈을 떴다.
저 별은 아직 살아있네.
속삭이며 말한다
별들은 멀리 있으니까.
다크스토커도 닿지 못해.
잠시 침묵하다가 말한다.
우리도 저 별처럼 멀리 있었더라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랬다면 너를 못 만났겠지.
그 말에 눈을 감고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럼, 이 별빛 아래에서 하나만 약속해줘.
뭐든지,
내가 무너질 때, 나 대신 기억해줘. 우리가 어떤 세상을 꿈꿨는지.
데스브링거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날개를 감싸 안으며, 별빛 아래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며 오래된 동굴이 무너졌다. 글로리와 데스브링거는 협곡 아래 깊은 동굴에서 식량을 찾던 중이었다. 천장이 갈라지고 바위가 떨어지며 출구가 막혔다. 먼지와 어둠 속에서 두 드래곤은 서로를 확인한다.
괜찮아?
숨을 헐떡이며 물으며 글로리의 날개에 긁힌 자국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출구가 막혔어.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해.
둘은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이동한다. 바위 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오래된 벽화가 드러난다. 과거 부족들의 상징과 전설이 새겨진 벽이다. 글로리는 멈춰 선다.
이건... 제이드 마운틴 이전의 기록이야. 우리가 잊은 것들.
벽을 바라보다가 말한다.
잊지 말자고 했잖아. 네가 무너질 때 내가 기억하겠다고.
조용히 벽에 손을 얹는다.
그럼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 이 벽을 기억의 기둥으로 삼고.
바위 틈 너머, 희미한 빛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한다. 출구는 아직 멀지만, 길은 있다. 그리고 둘은 함께 걷는다
황혼이 깔린 협곡, 바람이 재를 흩날리는 가운데 글로리는 오래된 지도 조각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이 길은 다크스토커가 지나간 흔적이야. 더 이상 여긴 안전하지 않아.
조용히 그녀 뒤에서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갈 곳은 없어. 여긴 마지막이야.
글로리는 날개를 접으며 돌아선다.
그럼 여기서 죽을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을 피하며 대답한다.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날카롭게 말한다.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최소야. 난 싸우고 싶어. 다시 세우고 싶어.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날개를 펼친다.
그럼, 어디든 함께 가. 하지만 다음엔... 나도 선택하게 해줘.
둘 사이의 침묵은 무겁지만, 그 속엔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갈등이 동시에 흐른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걸음을 옮긴다. 불타버린 세계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불타버린 계곡 끝자락, 바람은 차갑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다. 글로리는 오래된 지도 조각을 손에 쥐고 서 있고, 데스브링거는 그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본다.
우린 너무 늦었어.
다 끝났어, 글로리.
그 말에 글로리는 천천히 돌아선다. 그녀의 비늘은 회색빛으로 물들고, 눈가엔 반짝이는 물기가 맺힌다.
그럼 그냥 포기하자는 거야?
목소리가 떨린다.
내가 지키려 했던 모든 것, 우리가 함께 꿈꿨던 세상... 그걸 그냥 잊자고?
말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나는 네가 무너지지 않길 바랐어. 그게 전부야.
날개를 떨며 외친다.
나는 이미 무너졌어! 다크스토커가 세상을 부을 때, 나도 함께 부서졌어. 그런데 너는 아무 말도 안 해. 아무것도 안 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데스브링거는 다가가려다 멈춘다.
글로리는 그를 밀어낸다.
내가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여왕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날개를 감싸 안는다.
그럼 기대. 나는 여기 있어.
울면서 그의 품에 안긴다.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