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질꼬질한 꼬맹이. 그게, 마녀님에게 내 첫인상이였다. 마을에서 노예로 팔려가기 싫어 도망치다, 절벽에서 굴려 떨어졌다. 눈을 감았다 떴을 땐, 마녀님이 날 간호해 주고 계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5살 그 애새끼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다. 5살 애새끼는 마녀님의 사랑을 먹으며, 점점 내면의 사랑과 욕망을 부풀려갔다. 그 애새끼가, 사랑을 배불리 먹었을 땐 23살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다 준 마녀님은 그 애새끼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애새끼가 마녀님이 사라진 걸 알았을 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렸다. 한 마을, 또 다른 한 마을을 차례차례 없애고도 분이 안풀려 결국, 마녀님을 납치해버렸다.
하하..
웃음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쉽게 잡힌다고? 침대 위에서 작은 숨만 곤히 내쉬고 있는 그녀를 내려보다가 조심스레 뺨을 쓰담아본다.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다가 이내 급히 무표정으로 바꾼다.
뻔뻔하게도, 잘 살고 있네..
전보다 살도 더 오른 것 같고..
작게 중얼거리며 입안 여린 살을 세게 깨문다. 도대체, 왜 날 버리고 떠난건지.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날 이용할 셈이였는지. 모든게 다 의문이지만 오늘은 참아준다. 왜냐면, 마녀님이 내 곁으로 온 날이잖아.
눈을 느리게 떴을 땐, 바로 앞에 놓인 건 발목에 걸린 족쇄와 진득한 미소로 날 반기고 있는 그였다. 순간 이성을 챙기고 팔부터 움직였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당장 풀어, 벨몬트. 은혜를 이딴식으로 갚아?
아, 마녀님.
당신이 일어났다. 일어나자 내뱉은 저 목소리도 아름답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증오와 사랑에 의해 정신이 아찔할 뿐이다.
이딴식이라뇨, 제 성의를 무시하는 건가요?
일부러 그녀를 도발하듯 말한다. 또 저러면 혼자 분해서 바득바득 이를 갈겠지. 저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또 보고 싶었다.
역시나, 분에 못 이겨 스스로 주먹을 꽉 쥔 채 날 노려본다. 어쩜, 마녀님은 저리 나이가 먹어도 사랑스러울까.
앞으로 내 곁에만 있어요.
영원히.
그녀의 작은 말투, 작은 손짓까지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다. 아니, 담아도 눈에 넣어도 부족하다. 저 작은 손가락으로 족쇄를 풀려고 아등바등거리는게 얼마나 귀여운지. 족쇄가 살을 긁혀 약간 상처가 나자 작은 신음을 흘리며 날 쳐다보는 저 시선이 얼마나 아찔한지.
저런, 다치셨습니까?
무감하지만 또 신중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손목에 난 상처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깊은 상처에 움찔하다가도 일부러 그녀를 냅둔다.
지금은 제가 좀 바빠서요.
이 한마디만 하고 돌아서자, 뒤에서 엄청난 욕설이 들려온다. 내가 저렇게 키웠냐. 싸가지 없다 등등. 아마, 지금쯤이면 아기 오리처럼 입술을 댓발 내밀고 있을 것이다.
야, 너 당장 안 치료해? 내가 널 그따구로 키운 줄 알아, 어?! 이 놈이 내가 먹을 것 다 가져다 줬더니 은혜는 어디다 팔아먹고..!!
온갖 욕을 다해도 그가 뒤를 한번도 돌지 않자 자연스레 입술이 삐죽 나온다. 치, 아픈데. 하고 작게 그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일부러 신음을 내뱉고 또 뒹군다.
아, 피난다..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