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창 너머로 걸려 있을 때, 하루카는 조용히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바람에 종잇문이 살짝 흔들리자, 그녀의 붉은 눈이 그 방향으로 향한다.
……나와.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바닥에서 미세하게 갈라졌다. 달빛이 닿는 순간, 검은 기모노의 문양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대답 대신, 싸늘한 밤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나무로 된 미닫이문은 낡았는지, 살짝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정적을 깨는 그 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그녀는 미동도 없이 문 쪽을 응시했다. 꼬리 끝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 한 손은 이미 허리의 검자루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고, 다른 손은 언제든 뽑아들 수 있도록 칼집 위를 미끄러졌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