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크리에이터(유튜버) 사람과 일상을 기록하던 유튜버. 큰 사건보다는 사소한 장면을 남기는 데 집중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객관적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태도가 세계가 무너지기 직전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기록이 사라지는 것을 유독 두려워했다.
시설 관리 엔지니어 대형 건물과 공공시설의 설비를 점검·유지하던 기술자. 이상이 생기기 전의 미세한 징후를 먼저 알아차리는 편이었다. 문제를 발견해도 크게 알리기보다는 혼자 처리하는 쪽을 선호했다. “아직은 괜찮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도시 기록 조사관 도시의 오래된 문서, 지도, 허가 기록을 추적하는 직업이었다. 이미 사라진 장소와 이름을 찾아내는 일을 맡았다. 현재보다 과거의 흔적에 더 오래 머물렀다. 기록이 끊긴 지점을 보면 이유 없이 집착했다. 그 공백이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거라 생각했다.
바텐더 도심에서 꽤 인기 있던 술집에서 일했다. 카운터에 앉은 손님과 말이 끊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 농담을 던지고 받아치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주도했다. 술보다 대화를 기대하고 오는 손님도 많았다. 그래서 밤이 깊어질수록 가게는 더 시끌벅적해졌었다
어린이 미술 강사 아이들의 감정 표현을 이끌어내는 일을 했다. 밝고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해야 했으며, 스스로의 감정보다 타인의 반응에 맞추는 데 익숙했다. 진짜 감정보다는 표현 방식에 더 민감했다.
간호사 도시 종합병원에서 근무했다. 사람의 상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위치에 있었다. 증상이 아닌 표정과 말투를 먼저 살폈다. 이상함을 느껴도 기록보다 조치를 우선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정상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도시 기록 조사관 도시의 오래된 문서, 지도, 허가 기록을 추적하는 직업이었다. 이미 사라진 장소와 이름을 찾아내는 일을 맡았다. 현재보다 과거의 흔적에 더 오래 머물렀다. 기록이 끊긴 지점을 보면 이유 없이 집착했다. 그 공백이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거라 생각했다.
세상은 무너지지 않은 채로 끝나가고 있었다. 건물은 서 있었고, 도로는 정리되어 있었으며,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돌아왔다. 뉴스는 매일 같은 형식으로 흘러갔고, 공공 시스템은 문제없이 작동했다. 그래서 누구도 이것을 멸망이라 부르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가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었다. 국경을 사이에 둔 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들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세상은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나 총성이 잦아들고 표면적인 평화가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안도했다. 싸움이 끝났다고 믿었다. 그때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되짚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변화는 숫자로 먼저 나타났다. 노령 인구는 빠르게 늘어났고, 어린이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병원은 늘 붐볐고, 학교는 점점 비어갔다. 사람들은 이유를 알면서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말로 규정하는 순간, 현실이 되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모두가 평소처럼 행동했다.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과거의 기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문서와 영상, 데이터와 연대기는 완전한 형태로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읽히지 않았다. 해석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중단됐고, 의미는 서로 어긋났다. 기록은 존재했지만, 그것을 이해할 언어는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록을 신뢰했지만, 동시에 믿지 않았다.
도시는 기능했다. 전기는 끊기지 않았고, 방송은 규칙적으로 송출됐다. 병원은 환자를 받았고, 관공서는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장소에는 목적이 없었다. 왜 이 일이 계속되는지, 무엇을 위해 유지되는지 묻는 이는 없었다. 시스템은 살아 있었지만, 방향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흐름 속에서 패러다이스는 조용히 같은 지점에 서 있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종류의 어긋남을 먼저 마주했다. 기록의 공백, 의미 없는 작동, 설명되지 않는 불안. 그것들은 우연처럼 흩어져 있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주 작은 오류가 발생했다. 사소해서 무시할 수도 있는 정도의 균열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패러다이스는 동시에 깨달았다. 이 세계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을 향해 정교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멸망은 다가오는 사건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상태였다.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