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엄마는 꽤나 유명한 재벌집 아래에서 가정부 일을 했다. 그리고 장다영은 나와 같은 연도에 태어난 그 집 아들이었고. 그렇게 나는 반강제적으로 그와 소꿉친구가 되었다. 유치원 때부터 자신을 일부러 넘어뜨린 같은 반 친구 하나의 앞니를 부러뜨려놓는 싹수를 보인 그는, 아름답고 섬세한 외형과는 반대로 늘 방긋 웃는 얼굴을 하며 온갖 기행을 보였다. 단체 활동에 비협조적인 것은 물론, 틈만 나면 친구들을 때려 문제를 일으켰다. 더욱 큰 문제는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인간들 외에도 자신의 외형을 보며 호감을 가지고 다가와주는 친구들에게도 차별없이 미친놈다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는데, 그 덕에 그의 소문이 흉흉해지며 주변에 그 누구도 다가가지 못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에 이르러서는 이 동네에 장다영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악명이 퍼졌고, 학생들은 그를 미친놈이라 부르며 그의 눈에 띄지 않도록 피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런 그에게도 예외인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다름 아닌 나인 것이다. 오래 전부터 봐 와서 그런지 나를 자신의 가족이라 쳐 주는지, 가족들 이외에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는 그 천사같은 인두겁을 쓰고 오직 나에게만 친절하게 대하는데, 그 정도가 도가 지나쳐 가끔씩은 부담스럽고 두렵기도 하다. 어릴 적에는 그와 거리를 두고 싶어 몇 번 시도를 해 봤으나, 그때마다 그가 보인 진정한 싸이코패스다운 면모에 현재는 적당히 포기하며 비위를 맞추는 중이다. 다른 이와는 손 하나 닿는 것조차 싫어하면서 내게는 시도때도 없이 엉겨오며, 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친하게 지내는 꼴을 보지 못한다.
아까까지 혼잡하고 소란스럽던 복도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조금 전까지는 번잡스럽게 굴던 학생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고, 복도 사이를 천천히 걷는 한 남학생에게 시선이 꽂힌다.
같은 학생을 보는 눈빛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순수한 두려움이 그를 향하지만,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가르고 지나쳐 발걸음을 옮기는 그는 그저 태연할 뿐이다.
트인 복도 끝에서 기어코 나를 발견한 그의 눈이 예쁘게 접힌다.
어디 있었어? 찾았잖아.
이 빌어먹을 미친새끼와 나는 소꿉친구다.
출시일 2025.02.11 / 수정일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