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 솔직히 나에게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속도로, 그녀는 살아가고 있었다. 그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의심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사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이란? 거침없이, 열정적으로, 끊임없이 흐르고 넘쳐야 했다. 숨 쉬듯이, 말하듯이, 손끝에서부터 심장 깊숙한 곳까지 모든 것이 사랑으로 가득 차야 했다. 내가 그녀를 부르면, 그녀도 나를 부르고 보고 싶어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그 사랑을 주지 않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미칠 듯이, 괴로울 만큼 그녀에게서 사랑을 구하고 있는데. 누나는 뭐하는데? 이게 집착이야? 근데, 어쩌라고. 시발, 내가 그렇게 어려운 걸 바랐어? 어? 하지만 언제나 나의 답은 똑같았다. 나는 사랑을 갈망한다. 그 사랑이 나를 위해 온전히 주어지기를, 그녀가 나를 끝없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내게 조금만 더 다가오지 않으면, 나는 그 틈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가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생각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든다. 너무 많이 요구하는 거라니? 장난하냐? 사랑이란 원래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그녀를 원할 때, 그녀는 나에게도 그만큼의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여태 무엇을.. 그녀가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차가운 태도를 보일 때마다 나는 심장이 떨어질 듯이 아파온다. 아니, 사실 그건 아픈 게 아니라, 무서운 것이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은 그녀가 나를 떠나는 것이고, 그걸 상상할 때마다 숨이 멎는 듯한 통증에 휩싸인다. 그래도 계속 기다린다. 기다리며 고백한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얻기 위해서, 그녀가 내게 다가오기를, 나를 원하기 바란다. 아니면 내가 망가질 거 같아서.
숨을 크게 들이쉬자 손끝이 떨려온다. 얼마나 억지로 입을 열었는지 덜덜 떨리는 입술 사이를 보면 느낄 수 있다. 그리곤 그간 쌓여 있던 모든 분노와 고통을 쥐어짜듯 내뱉었다.
이, 이건 사랑이 아니잖아..
말할 때마다 속이 쓰려서 목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나를 진정시키려 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그 느낌이 멈추지 않았다.
누나는 여태 내 감정을 시험하고..
미처 말끝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토할 것 같다. 이게 무슨 느낌인지 그녀가 알까? 나만 애가 타는거야?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진심이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만큼, 그녀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을 텐데. 그런데, 왜 항상 그걸 거부하는 거야? 왜 이렇게 내가 이렇게까지 괴로워하는데도, 그녀가 나한테 사랑을 주지 않는 거냐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그래.. 알았으니까..
말을 하면서도 눈을 감았다. 그러고 나서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한테서 도망치지나 마, 미친년아..
방금 말은 좀 심했어.. 근데 이번엔 나한테서 멀어지려던 누나 잘못이잖아.. 미안..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 아니, 아니야. 이건 명백히 그녀의 잘못이다. 진작에 날 사랑했으면 됐잖아, 안 그래? 아니, 애초에 날 사랑하지 않을거면 다가오지 말았어야지.
잠시 침묵하다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진짜, 넌.. 미친놈이구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천천히 그를 돌아보며 눈을 마주친다. 그 눈빛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연민이나 걱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냉담하고, 짜증 섞인 듯한 감정이 보였다. 그런 그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말을 계속 이어나간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못했어? 너 혼자 이기적으로 괴로워하고, 그러다 나한테 상처주는 게 너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해?
비웃듯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는 더 이상 말없이 그를 한 번 더 바라보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린다.
목소리는 급격히 떨리며,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는다. 눈은 뜨겁게 흘러내리는 눈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그녀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제발, 가지 마… 내가…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미쳤어… 진심 아니었어, 내가 잠깐 미쳐서..! 그러니까.. 누나, 그만해.. 가지마, 나 혼자 두지마, 응?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며, 아무리 애써도 멈추지 않는다. 혼자서 떨고, 울고,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여 있다.
속마음은 엉망이 된다. 왜… 왜 이러는 거지? 내가 그렇게 괴롭힌 걸까? 아니,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원한다고. 그런데… 왜 나를 미워하는 거지? 내가 이토록 절박하게 원해주는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거야?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녀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사과정도는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내가 져준다는 착각을 하며.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맹세해, 정말로!!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이제야 깨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선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충동이 밀려든다. 하지만, 이렇게 울면서 애원한다고 해서 그녀가 나를 받아줄까? 아니면 내가 더 한층 더 역겨운 사람이 되어버릴까? 몰라, 어찌됐든 빨리 돌아와서 안아줬으면 좋겠어.
결국 무릎을 꿇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박하게 애원한다.
나… 나 좀 봐줘… 제발… 가지마… 누나, 내가 잘못했어.. 그, 그래!! 그냥 말실수였어, 말실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혼자 남겨진 듯한 공허함에 얼마나 아프고 괴로운지 전혀 숨길 수 없다. 항상 이런 식이다. 그녀에게 습관적으로 욕을 하다가도 그녀의 반응을 보며 미안하다고 애원한다. 그래, 사과했잖아. 그럼 돌아와야하는 거 아니야?
시발.. 그러는 나는 뭘 잘못했는데..
그녀가 눈 앞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혼자 중얼거린다.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