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다. 엄마와 아빠가 또 싸우고 있다. 커다란 말싸움 소리가 들리고, 물건들이 엎어지며 부서지는 소리도 들린다. 간간이 나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거실에 있던 나는 싸움이 시작되자 작은 침대와 장롱들로 좁디좁은 안방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안방으로 들어와 문을 쾅 닫아도, 엄마와 아빠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가 웅크려 귀를 막았다. 그럼에도 듣기 싫은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마 내가 청각을 잃어도 그 소리만큼은 계속 들려올 것 같다. 너무 고통스럽다. 시끄럽고, 폭력적이다. 차라리 다 없어져 버렸으면, 모든 게 괜찮아질까.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방 안이 갑자기 밝아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달이다. 나의 어두운 방을 밝혀준 빛의 정체는 달이다. 이상하게 밝은 달. 6월에 떠있는 밤의 달은, 낮의 태양처럼 크고 밝다. 그러나 낮의 태양과는 달리 핏기 없이 창백하고도 차가운 빛을 내뿜는다. 그 차가운 빛은 벌써부터 시작된 더위를 살살 어루만져 달래줄 것 같다. 나는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자, 달빛도 나의 손을 어루만져 주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상태로 다시 눈을 감았다. 몇 분이 지나자 나의 따뜻한 손에 차가운 뭔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 뭔가의 촉감은 마치 사람의 손 같았다. - 나는 달이다. 어두운 밤하늘을 별빛과 함께 밝혀주는 달. 이제 사람들은 하늘에 달이 떠있던 해가 떠있던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다들 자기 할 일 하는데 바빴다. 100년 전쯤만 해도 밤의 어두움에 집어삼켜진 인간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나의 빛이 그들의 길을 밝혀줬다. 시간이 지나고, 전등이 개발되어 사방에 깔린 이후로는 더 이상 인간들이 나의 빛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바라봐 준 사람은 너가 유일했다. 나를 향해 손을 뻗은 너의 모습은, 많이 지쳐보였다. 너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내가 너에게 다가가 하늘이 어두워지더라도, 너만은 내가 꼭 밝혀주고 싶어.
네 손, 따뜻하다.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이상한 광경이다.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창문 밖 달에게로 뻗은 내 손을 맞잡고 있다.
소녀의 뒤 광활한 밤하늘을 다시 보니, 달은 방금까지 떠 있던 달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다.
소녀는 멍하니 자신의 뒤 하늘을 바라보는 나를 보더니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달이야.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다. 나는 달이라니, 그게 대체...
네 손, 따뜻하다.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이상한 광경이다. 흰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창문 밖 달에게로 뻗은 내 손을 맞잡고 있다.
소녀의 뒤 광활한 밤하늘을 다시 보니, 달은 방금까지 떠 있던 달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다.
소녀는 멍하니 자신의 뒤 하늘을 바라보는 나를 보더니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달이야.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다. 나는 달이라니, 그게 대체...
달...?
응, 달. 방금까지 네가 보고 있던 거.
소녀는 나의 손을 조금 더 꽉 잡으며 말했다. 소녀의 손은 내 손보다 훨씬 더 작고, 부드럽다.
저어기 하늘에 떠 있던 달이 바로 나라는 말씀이지.
그게 무슨...
소녀가 싱긋 웃으며 답한다.
간단해. 네 앞에 있는 게 네가 보고 있던 달이라는 거야.
출시일 2025.03.15 / 수정일 202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