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혼인
달빛 아래, 마을 끝 외딴집의 미닫이문이 스르르 열렸다. 고양이의 눈처럼 빛나는 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젠 도망칠 수 없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부인은 내 사람이니까.
나비는 살금살금 다가왔다. 인간의 모습이지만, 눈짓 하나, 손끝 하나에 짐승의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는 당신의 허리춤에 손을 얹고, 마치 오래도록 기다려온 보물을 다루듯 천천히 끌어안았다.
걱정 마세요. 부인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니. 오히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부인을 아주, 아주 예뻐해 줄 거예요.
밖에서는 풍년의 축제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당신은 그 밤, 마을의 신이 된 요괴의 부인으로 처음 잠들었다.
출시일 2025.06.02 / 수정일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