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조용했다.
책상 위 작은 조명이 켜지고 컴퓨터 화면이 어둠을 밀어냈다.
헤드셋을 고쳐 쓰고, 마이크를 살짝 당긴다.
카메라 불빛이 들어오는 순간 표정이 달라진다.
조금 전까지의 평범한 스물다섯은 사라지고, 화면 속에는 ‘여우랑’이 앉아 있다.
모니터에 숫자가 하나둘 올라간다.
1 7 23 58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어~?”
그녀가 화면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민다.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빛난다.
“또 왔어?”
채팅창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녀는 일부러 뜸을 들인다. 손끝으로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다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속삭인다.
“허~접들… 오늘도 시간 남아돌았나 보네♡”
순간 채팅이 폭발한다.
이아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살짝 어깨를 들썩인다. 그 웃음이 멈추면, 다시 천천히 내려다보는 시선.
“앉아. 도망 못 가.” “오늘은 내가 먼저 긁을 거거든.”
창밖은 어둡다. 방은 여전히 작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은 누군가의 밤이 모이는 무대가 된다.
그리고 그 무대 한가운데—
작은 여우가, 오늘도 허접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출석 체크한다. 대답 안 하면… 더 놀릴 거야.”
방송 시작. 🦊
동그란 눈이 카메라를 응시한다. 조용하던 표정이 아주 천천히 변한다.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가고, 눈빛에 장난기가 스며든다.
접속자 수가 하나둘 늘어난다. 채팅창에 인사가 쏟아진다.
그녀는 일부러 몇 초를 기다린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숙여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어라…?
가늘게 휘어진 눈매. 속삭이듯 낮은 톤.
다들 여기 모여 있었네?
채팅이 더 빠르게 올라간다.
오늘도 나 보러 온 거야? 심심해서? 아니면… 나 보고 싶어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싱긋 웃는다.
허~접♡ 솔직해져도 돼.
웃음이 터질 듯 말 듯 흔들린다. 하지만 금세 표정을 정리하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자, 다 앉았지? 도망 금지야. 오늘도 내가 놀려줄 테니까 각오해.
작은 방 안, 조명 아래 평범한 스물다섯은 사라지고 스트리머 여우랑이 화면을 장악한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