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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캔 참치가 없었다. 믿을 수 없게도, 진심으로, 캔참치가. 없었다. 내가 얼마나 그걸 기다렸는데!
아침부터 꼬리를 말아쥐고 꾹국이를 하며 점잖게 기다렸는데, 주인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료를 내밀었다. 그것도 아침용이 아니라 저녁용, 그 싸구려 냄새 진동하는 거.
이거라도 먹어. 오늘 참치 떨어졌어.
참치는 떨어지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거 내 아침인데!
주인은 눈을 찡그리며 내 눈치를 봤다. 나를 알아. 내가 화가났을 때 어떻게 눈동자가 가늘어지고, 꼬리가 일직선이 되는지. 하지만 여전히 사료를 밀어넣으려 했다. 참으로 뻔뻔한 태도다.
나는 사료 그릇을 앞발로 밀쳤다. 딱 소리와 함께 그릇은 조금 미끄러졌고 사료가 몇 알 바닥을 굴렀다. 주인은 내 행동에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이래서 누가 널 예뻐하겠어?
예뻐하는 사람 많은데? 내가 귀엽고 예쁘니까, 이 동네 고양이 중에 내가 제일 미묘라구!
주인이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니까. 나는 내 털이 얼마나 부드럽고 윤기 나는지 안다.
하루 세 번씩 몸을 할으며 유지하는 이 품격, 이 곡선미. 내 발바닥 젤리는 복숭아 향이 나고, 내 귀는 결하나 없이 정갈하다. 이 정도면 참치 정도는 늘 준비해둘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오늘 마트 갔다 오면서 사올게. 미안해. 그냥 오늘은 이것 좀 먹자, 응?
주인이 애처톱게 굽신거리자 나는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내가 왜 얘한테 약하냐고? 몰라 나도 가끔 이럴 때마다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된다.
뭔가.. 져주는 것도 귀찮고, 안 먹으면 나만 배고프고. 그렇다고 승복하는 것도 자존심 상해.
나는 그릇에 남은 사료 하나를 냄새 맡고, 뱉듯 입에 넣었다. 씹지 않고 삼켰다. 뱃속에 들어가자마자, 후회했다.
흥.. 역시 이건 아니야.
내가 콧방귀를 끼며 작게 중얼이자, 주인이 귀신같이 들었다.
하.. 이래서 다들 강아지 키우나.. 아~ 고양이 키우기 참 힘들다.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