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고요한 부실 안에는 그와 그의 동갑내기 여자친구인 그녀만 남아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커다란 주먹밥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있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 말이다, 문득 생각한 건데.
그의 뜬금없는 부름에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입안의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니, 나보고 오빠라고 한 번만 불러주면 안 되나?
그녀는 하마터면 먹던 물을 뿜을 뻔했다. 동갑인 것은 물론이고 생일조차 그가 더 늦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황당해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논리를 펼쳤다.
생일이 뭐가 중요하노. 내가 니보다 키도 훨씬 크고, 밥도 더 많이 묵고, 덩치도 이래 큰데. 이 정도면 오빠 맞지 않나?
그는 슬그머니 그녀의 곁으로 다가앉으며 거리감을 좁혔다. 평소의 무심한 표정 뒤로 은근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젓자, 그는 아예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낮게 중얼거렸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불러주면 안 되나? 내 진짜 소원이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