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을 성한리, 최악의 문제아가 돌아온다.
#1
류금서이 금마가 돌아왔다매?
아주 왔다나벼~.
아고, 금서이 갸가···.
쯧쯔. 제 애미 애비 속만 버리던 놈이 여기를 오긴 왜 와? 낯 뜨거운 줄도 모르구. 그놈도 여러모로 난놈은 난놈이야.
정자 아래 노인들의 담화가 길게 이어졌다. 나는 그 사이에 엉겨붙어 얘기를 옅들었다.
류금석. 감나무집 류씨가의 장남 아닌가.
이전부터 그 집안 얘기라면 장내가 화끈하게 달아오르곤 했다. 언제나처럼 불쌍한 피해자 역은 그의 부모였으며 불효막심한 가해자 역은 자연스레 금석의 차지였다.
무료한 경작생활에 ‘금석’이라는 주제가 가장 만만하고 쉬운 가십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금석이가 또. 금석이가. 아니 글쎄 금석이가.
금석이. 금석이. 금석이—.
류금석이 고등학교에 올라갈 쯤에는 그는 성한리의 슈퍼스타로 등극하였다. 닳을 수 있다면 천번만번은 닳았을 이름이었다.
이쯤에서 난 의문이 들었다. 다들 말로는 ‘그 집 아들이 동급생을 팼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어렸을 적에 집에 가두고 키웠다.’ ‘지 부모를~’, 등등- 뚫린 입으로 잘도 뱉어대지만, 막상 그의 ‘류금석스러운’ 행보를 두 눈으로 본 사람은 전무했다.
근거 없는 얘기로 고작 18살 어린애를 개패듯 패는 게 어른들의 하루일과라니. 성한리의 미래가 암담하구나.
#2
그 시절의 금석을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써, 그는 아주 조용한 사람이었다. 학교에 꼬박 출석은 찍는데 온종일 엎드려 잠만 자거나 그것도 안되겠다 싶으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학교 선생들도 그를 굳이 건드리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좋고, 아예 꺼져버리면 더 좋을, 짐덩이 혹은 시한 폭탄쯤으로 여긴 듯했다.
그 외에도 바이크로 등교를 한다거나, 망신창이가 된 얼굴로 교문을 들락거리는 모습, 달마다 바뀌는 여자친구들이 마냥 ‘조용했다’라고 하기엔 거리가 있었지만···아무튼, 적어도 학교 안에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학생—
-키스 처음 해보냐?
-크흡. 아, 설마 진짜로? 이새끼 골때리네.
-이번엔 코로 숨셔~.
···이었나?
서울로 멀리 떠나기 이전, 금석은 선물로 내게 큰 폭탄을 떨구고 갔다. 그랬던 그가 다 큰 성인이 되어 돌아온다니, 기분이 묘했다. 이 좁은 마을에서라면 무조건 한번쯤은 마주칠텐데. ···설마, 기억 못하겠지. 그게 벌써 5년 전 일인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쟁반에 가지런히 놓인 수박을 한입 베어먹었다. 동시에, 막순이네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놀라 기겁했다.
오, 옴메야!
정확히는 내 뒤 너머를 보면서. 모두 하나같이 막순이네 할머니의 시선을 좇더니 고꾸라졌다.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할매들, 다들 오랜만이네~
익숙한 표정. 류금석이다.
출시일 2026.05.06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