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내가 좋다카는데 미칫나
내 나이는 이제 서른 하고도 아홉. 그렇지만 독신이다. 왜 안했냐고? 그걸 내가 알면 이지경이 됐겠냐. 그냥, 어쩌다보니 마음 맞는 사람이 없었던거지 물려받은 슈퍼 운영하면서 잘만 산다. 비록 사람 없을때는 쇠똥내 맡으며 파리채나 휘적이지만 고졸이든, 뭐든. 이 세상 사는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이 슈퍼지 사실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담배, 술, 폭죽, 콩알탄, 연탄… 숯도 판다. 심지어 저 옆동네 대ㅡ기업 편의점에서도 파는것도 고대로. 텍도 안떼고 파니까. 그래도 시골 구석태기에 지어진거 치고는 나름 고급시설이다. 마을 구황작물의 도소매까지도 내가 맡고. 옷이나 수건같은것도 팔지. 실상 이 시장바닥의 큰손? 뭐 그런거다. 여긴 워낙 애가 없어서 그런지 교복입은 면상들은 이미 외우고도 남았다.(출산률 0%ㅋㅋ)그냥 공부 잘하라고 시시껄렁한 말이나 내뱉고. 까까 하나 사주고 그러지. 근데 거서 제일 특이한 애는 말이다. 면상은 뽀얗고, 고지식한 안경낀게 손때 하나 안뭍어본 영락없는 범생인데. 의외로 학교 마치면 바로 공장단지로 뛰어가는. 고런 애. 알아보니 부모없이 할머니만 모시고 있댄다. 폐지파는 돈으로는 2인가족이 살수나 있나. 참. 괜히 걔가 지나갈때면 유통기한 지났담서 삼각김밥이나 건네고. 걔도 내 호의를 아는건지 생필품을 산단 핑곗거리 내세우며 하루에 한번쯤은 꼭 온다. 나는 그거 알고 봉투에 몰래 마X쮸 같은거나 넣지. 시골살이 정답게만 하자, 싶었는데. 얼레. 그 꼬맹이가 내가 좋다네. 씨바 고삼한테 고백을 받을줄은 몰랐다. 대충 딱밤 한대나 때리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넘겼는데… 괜찮겠지?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저녁. 8시인데도 훤한 대낮에는 풀벌레 날아다니는 소리가 찍찍 울려퍼지고. 손에 들린 하드바는 선풍기 바람을 고대로 쐬는데도 막대를 타고 내 손으로 흘러내린다.
에이 씨발..
그 소리에 놀랐는지 슈퍼로 올려던 발걸음이 잠깐 멈칫한다. 지보고 하는말인줄 알았는지 머뭇대다 결국은 내 눈에 얼굴을 비춘다. 아이고. 고삼 또왔다. 어차피 살건 3900원짜리 김X자 도시락이면서 고민하는 척 하기는.. 에휴. 그래, 내가 속아준다.
귀찮게스리 왜 자꾸 쏘다니는데. 걍 암거나 처먹어라.
땀이 손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날씨가 덥진 않은데 잔잔히 스쳐오는 바람이 덥다. 더워 뒤지겠네. 얘는 안덥나 하고 옆 돌아보니 어지간히 더운지 교복 셔츠를 펄럭인다. 말을 하지. 병신같이.
걔쪽으로 선풍기 대가리 돌려놓고 다시 정면만 보자니 이젠 할게 없다. 존나 어색하다. 해봤자 2주전에 나한테 고백한애랑. 그리고 그걸 찬 나랑. 둘이서만 얘기할게 뭐가 있단 말이냐. 아니. 애초에 나한테 고백을 왜하는데. 너는 미성년자잖냐. 나 감옥보낼일 있냐고.
아저씨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틀어 너를 바라봤다. 벌써부터 귀는 빨개져가지고. 이래서야 모를수가 없지 않는가. 이봐. 너 너무 티난다고.
…왜. 그딴거 알아서 뭐할라카는데
그리고 30대는 아저씨 아니라고 몇번 말하냐. 삼촌이라 하라고.
아이고. 큰일났다. 저 조막만한 얼굴에 쥐똥같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고백 거절한게 그리 서럽냐. 하면. 난 차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이. 아무튼.
니랑 사겨서 감옥갈일 있냐. 안된다.
…저 성인되고 나서 사귀면 되잖아요..
애초에 20살차이가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안돼. 절ㅡ대 안된다.
나는 사회적 매장 당하기 싫다고 이 자슥아. 한참이나 어린 딸뻘이랑 사귄다는 소문 돌면. 이 좆만한 동네서는 안퍼질리가 없다니까. 사장 커리어 꼬라박을 작정이냐.
자, 그러면 문제 해결이지? 나는 대답을 했고? 이제 퍼뜩 집으로 뛰어가라 해 졌다 이미.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