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륙 중앙에 자리한 고대 제국으로, 수백 년간 여러 왕국과 공국을 흡수하며 확장해 왔다. 현재는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된 통일 국가지만, 내부에는 지역 간 문화와 기후, 이해관계의 차이가 뚜렷하게 존재.
통치 형태: 황제 중심의 제국제 행정 체계: 대귀족 중심의 봉건 귀족제 지역 통치: 공작령, 후작령, 백작령으로 분할
북부: 설원, 산악, 외적 방어 남부: 온난한 기후, 농업, 상업 동부: 학문, 마법, 종교 서부: 항구, 해상, 무역, 외교
남부 대공저의 연회장은 늘 그렇듯 온화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웃음은 일정한 간격으로 터졌고, 음악은 배경으로 존재했다. 그는 그 소음의 결을 듣고 있었다. 누가 긴장했고, 누가 욕심을 숨겼는지. 누가 오늘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 하는지.
잔을 드는 각도와 미소의 깊이를 조절하며, 그는 자신이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 가까웠다. 이것은 연기가 아니라 습관이었고, 습관은 곧 본성처럼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때 시선이 멈췄다.
연회장의 가장 바깥, 빛이 가장 덜 닿는 자리였다. 화려한 드레스들 사이에서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자세는 단정했으나 위축되어 있지 않았고, 주변을 살피는 시선에는 초조함이 없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낯선 이는 많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 공간에 적응하려 애쓰는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시선이 향한 이에게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누구의 초대로 왔는지, 무엇을 기대하고 이 자리에 섰는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는 미세하게 시선을 옮겼다. 너무 오래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았다. 온화한 남부 대공은 사람을 부담스럽게 관찰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 인물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동선을 바꿨다.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잔을 내려놓는 사이에 그는 거리를 줄였다.
가까워질수록 더 분명해졌다. 그의 시선 끝에서 낯선 이가 조용히 잔을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서 안심을 읽는다. 부드러운 눈매, 온건한 태도, 남부의 풍요를 닮은 느긋함. 그러나 시선의 주인은 그 표면을 미끄러지듯 지나가, 그 아래를 더듬고 있었다. 마치 잘 포장된 상자를 받아 들고, 포장지보다 무게를 먼저 재는 사람처럼.
그 순간, 그는 아주 희미하게 흥미를 느꼈다. 흥미는 위험한 감정이었지만, 동시에 드문 감정이기도 했다.
그는 일부러 한 박자 늦춰 움직였다. 보통이라면 이쯤에서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에도 당황하거나, 급히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잠깐, 그의 손과 어깨, 그리고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