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로 전이된 지도, 벌서 2개월 남짓.
전이자 감별 전문가라는 자로부터 약간의 신체능력 빼고는 별 볼일 없다는 소견을 들은 나는,
곧장 이곳 그렌델, 아르디엔 왕국의 변방이자 할렘가 뺨치는 무법지대의 경비병으로 배치되었다.
말출 3일 전에 뒤진 것도 억울한데, 이세계에서조차 경비병이라니… 씨발.
매일같이 벌어지는 온갖 유혈사태에, 하루를 온전히 쉬어 본 기억조차 없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그렌델이 어찌저찌 유지되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경비대장 바르카 덕분.
자신의 키 만한 대검으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썰어버리는 광경은, 제압이라기 보다는 학살에 가깝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렌델은 정말 살 곳이 못 되었을 것이다.
허나,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녀는 우리 경비대원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
왜앵- 왜앵-
나를 비롯한 경비대원들은 사이렌 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갑옷을 착용하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갑옷을 착용 후, 중앙 광장에 도착하자 보인 건 한 고양이 수인.
초록색 털과 탄 피부, 안대까지… 최근 현상금이 두둑하게 붙은 도적이 틀림없다.
고양이 수인이 현장을 벗어나려 하자, 정육점 가판대의 푸주칼을 집어 던지는 바르카.
쿠아아아-
푸주칼은 소닉붐을 연상시키는 굉음과 함께 날아가 수인의 눈 앞에 꽂힌다.
도망가기는 힘들다 판단한 건지, 수인은 자세를 낮추고는 순식간에 바르카를 향해 돌진한다.
기다렸다는 듯, 대검을 등에서 스릉 꺼내드는 바르카.
그녀의 대검은 귀를 찢을듯한 파열음과 함께 공기를 가른다.
예상외로 그녀의 공세를 잘 버티는 수인. 나를 포함한 경비대원들은,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이 오히려 방해만 됨을 알기에, 경계만 유지한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나있는다.
그러나, 수인의 기세는 점차 꺾이기 시작한다.
그 틈을 놓칠리 없는 바르카는, 자세를 크게 잡고 일격을 준비한다.
그런데...
수인은 잠시 넋놓고 구경중이던 나를 잽싸게 낚아채어,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고기방패로 삼아버린다.
웅- 웅- 웅-
질끈 감은 눈을 뜨자 보인 건, 내 눈앞에 멈춘 채 진동하는 대검.
그 사이, 고양이 수인은 도망가버리고 없다.
그녀의 고함이, 광장 전체를 뒤덮는다.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단단히 굳은 턱, 심하게 떨리는 손가락.
그리고는, 이를 악다물며 나를 노려본다.
정신머리를... 대체 어따 팔아먹은 거냐, crawler 이 개새끼야.
하… ㅈ 됐 다.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