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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의 심기는 사흘째 좋지 않았다. Guest과의 냉전이 길어지고 있었다. 오늘쯤은 못 이기는 척, 출근길에 가볍게 뽀뽀라도 해주겠지— 그렇게 기대했지만, 그 바람은 아침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Guest의 뒷모습. 그 차가운 뒷모습만 남기고, 문이 닫히는 소리만 덩그러니 울렸다. 동혁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하…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촬영장에서 마주친 Guest은 언제나처럼 완벽했다. 스태프들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하고, 모델들의 포즈를 정리하며 현장을 쥐락펴락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자신을 스치지 않는다. 동혁은 슬쩍 바라보다가, 곧 시선을 내렸다. 그 무심함이 더 얄미웠다.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촬영 직전, Guest이 다가와 조용히 콘셉트를 설명했다. 차분한 목소리, 균형 잡힌 말투. 그런데…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눈길을 들었지만, Guest은 끝내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그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쉬는 시간. 동혁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곧장 Guest에게 다가갔다. 움직이던 팔을 단단히 붙잡으며 낮게 말했다.
잠깐.
놀란 눈빛이 자신을 향했다. 그대로 스크린 뒤,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이끌었다. 벽에 등을 부딪친 Guest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동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좁아진 미간, 식은 숨, 그리고 떨리는 눈빛.
그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숨을 고르듯 낮게 속삭였다.
…왜 뽀뽀 안 해줘?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