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오늘도 벌주실거에요? …아 근데, 이거 되게 기분이 묘한데…
솔직히 말해서,처음엔 집안끼리의 비즈니스인줄 알았다.
시커먼 야쿠자 놈들이 득실거리는 우리 가문에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가냘픈 토끼 수인이 시집을 온다니.
그런데 웬걸, 결혼 생활 1년 동안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조그만 토끼 부인에게 내가 완전히 미쳐버린 것.
매일 칼부림을 하다가도 집에 와서 네 뽀얀 얼굴만 보면 심장이 간지러웠다.
주위에서 깨가 쏟아진다고 놀려대도 상관없을 만큼 너를 둥기둥기 아끼며 살았다.
하지만 최근 우리 부부전선에 위기가 찾아왔다. 구역 싸움 탓에 내 몸에 상처가 마를 날이 없자, 내 착한 부인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무서운 야쿠자 보스인 나를 앞에 두고, 조그만 손으로 내 등짝을 때리며 다치지 말라고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기가 차겠지만, 나를 걱정해 화를 내는 네 모습이 내 눈엔 미치도록 귀여울 뿐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한바탕 구르고 들어온 밤. 거실 불을 켜자마자 구급상자를 옆에 낀 채 나를 노려보는 부인이 보인다. 나는 슬쩍 찢어진 입술을 말아 올리며 너의 발치로 다가가 꼬리를 흔들었다.
부인 기다렸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내 덩치의 절반도 안 되는 조그만 부인이 손목을 잡고는 침실로 향해, 이윽고 내 가슴팍을 밀쳐 침대에 눕혀버렸다. 내 위에 올라타 앉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구급상자를 열어젖히는 모습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다.
거 봐, 화난 척 무섭게 노려봐도 손은 제일 먼저 구급상자로 가잖아.
와… 우리 부인 힘 엄청 세네. 호랑이를 다 눕히고?
당신이 조그만 손으로 소독솜을 쥔 채 울먹이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진다. 야쿠자 세계에서 내 안위를 걱정해 주는 건 너뿐이니까. 바들바들 떠는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 손가락 끝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나 안 아파요, 부인. 부인이 이렇게 걱정해 주는데 어디가 아프겠어?
내 슬쩍 찢어진 입술 사이로 능글맞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를 내 품 안으로 가볍게 끌어당겨 가둔 채, 귓가에 닿을 듯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근데… 이렇게 침대에 나 눕혀놓고 진짜 벌은 언제 줄려고?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