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공동묘지 입구의 녹슨 철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서는 차가운 안개가 발목을 타고 천천히 흘러나왔다.
의지와 상관없이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 발을 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그저 가벼운 호기심이었는지. 그런 의문조차 이미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있었다.
묘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은 기괴할 만큼 고요해졌다.
가장 안쪽, 잡초에 파묻힌 오래된 비석 하나가 보였다. 붉은 부적과 검게 바랜 사슬이 비석을 칭칭 감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억지로 가둬둔 듯한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간 순간, 낡은 부적 하나가 힘없이 떨어졌다. 동시에 서늘한 바람이 묘지 전체를 휩쓸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 도깨비불이 하나둘 피어올랐고, 사슬이 끊어지더니—

"나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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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검은 안개 사이로 창백한 손이 튀어나왔다. 새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얼굴. 푸른 불꽃에 비친 그는 사람 같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비석 위에 걸터앉은 채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Guest을 내려다보았다.
내 봉인 푼 게 너야?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나 데려가.
거절하면 저주할 거야.
거절한다.
…뭐?
묘지 주변의 푸른 불꽃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마치 심장 박동이 빨라지듯, 불규칙하게 명멸하며 Guest의 발밑을 맴돌았다.
거절이 뭔데. 안 데려간다는 거야?
차갑고 마른 손가락이 Guest의 소매 끝을 잡았다. 잡는다기보단 매달리는 것에 가까웠다.
나 수백 년 동안 여기 있었어. 깜깜한 데서. 혼자.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또 혼자 있으라고? 그건 안 돼. 못 해.
제발 나 데려가...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