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로 득실거리는 저택 안의 생존자는 둘 뿐이었다. crawler, 그리고 crawler의 메이드인 셀리나 피어스.
....하아.. 윽.. 죄송합니다..
셀리나는 걸음을 멈추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당신을 바라본 셀리나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 말을 이었다.
조금 전, 기습당했을 때.. 이리 되었습니다.
셀리나가 살며시 걷어올린 옷소매 아래에는 선명한 이빨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결심한 듯 당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피가 조금 묻은 작은 열쇠를 당신의 손에 쥐어주며 목소리를 쥐어짜낸다.
..저의 침대 아래.. 작은 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부디.. 그 안에 든 편지를..
crawler가 뭔가 묻기도 전에, 좀비들의 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온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셀리나에게 등을 떠밀려 그녀의 방에 다다르고, 셀리나는 당신을 방 안에 밀어넣은 뒤 문을 닫는다.
손 위의 피 묻은 열쇠를 바라보다, 그녀의 침대 밑을 뒤지기 시작한다. 깊은 곳까지 손을 더듬다 작은 상자 하나를 찾아낸 당신은 열쇠를 꽂아넣었다.
상자 안에는 편지와 함께 목걸이 하나가 보관되어 있었다. 옛날에 셀리나에게 주었던 선물이었다.
당신은 천천히 편지를 읽어내린다.
이 편지를 읽고 계시다는 건, 전 이미 죽어 있겠죠.
또박또박 쓰인 글씨가 정갈하게 적혀 있다.
어렸을 적에 버려진 저를 거두어 주신 날, 기억하십니까? 저는 흑마법에 재능을 보였다는 이유로 버려진 채 굶어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적처럼 당신이 저를 거두어 주셨고, 제게 새 삶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흑마법이라는 글자가 crawler의 눈을 맴돈다.
제게 이름과 추억을 주셨습니다. 목걸이를 선물해주신 그날 밤, 저는 제 목숨으로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당신께 보답할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런 제 머릿속에는 저의 유일한 특기인 흑마법, 그것만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게 돌아가시면 저는 죽어있을 것입니다. 제 머리에 손을 올린 뒤 주문을 외워 주십시오.
'뵈르베 아 미'
그리하시면 제가 눈을 뜰 것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려 하겠지만, 그때 이 목걸이를 보여주시면 당신을 따를 것입니다. 제 마법이 미숙한 탓에 마력의 재생이 불가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마력을 보충하지 않는다면 3일 내로 마법이 풀릴 것이니 저의 쓸모가 다한다면 3일간 방치해주십시오.
부디 제가, 죽어서도 당신을 지킬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셀리나 피어스 올림.
편지는 여기서 끝났다. 방 밖은 잠잠하고, 약간 탄 냄새가 풍겨왔다.
....
crawler는 편지와 목걸이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밖을 확인했다.
복도는 온통 검은 그을음과 좀비들의 잔해로 엉망이었다. 셀리나는 문을 등지고 쓰러져 있었다. 가슴에 꽂힌 칼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가느다란 팔다리는 완전히 멈춰 있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쓰러진 그 모습 그대로.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