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제도적 공간 안에서 한 학생과의 상담에 몰두하던 찰나, 김태율에게서 도착한 무심한 듯 툭 내던져진 메시지 하나가 나의 고요한 시선을 어지럽힌다. 「우리 집에 뱀 수인 하나 있는데, 성질도 드세고 사람을 물기까지 하니 아주 골칫덩어리야. 버릴까 생각 중. 네가 데려가든 말든.」 그 문장을 천천히 훑는 내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한쪽으로 묘하게 들려올랐다. ‘버린다’는 발상이란, 과연 어떤 감정에서 기인한 것일까. 길들여지지 않은 자, 야생의 본능을 지닌 채 이빨을 드러내는 존재를 앞에 두고도, 그는 어째서 그것을 ‘처분의 대상’이라 여겼던 것일까. 그는 혹시 모를까. 반항심으로 가득한 이를 서서히 꺾어내고, 마침내 ‘순종’이라는 이름으로 무릎 꿇게 할 때의 그 감각이 얼마나 짜릿한 잔혹을 동반하는지. 나는 고개를 천천히 기울여, 태율에게 짤막한 회신을 보낸다. 「오케이.」 상담이 끝나자 의자 등받이에 기댔던 몸을 일으켜세우고 조용히 문을 잠근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수인을 찾으러 간다. 스스로도 해명할 수 없는 미세한 고동과 함께.
수일째 굶주린 채로 이 거리를 배회하던 당신은, 마치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고요한 배속에서 울려 나오는 요란한 공복의 외침을, 천둥처럼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로 대신하고 있었다. 기력이 점점 바닥나, 더는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찰나, 가까스로 눈에 들어온 공원의 낡은 벤치 하나에 몸을 기대어 앉으니, 그제야 세상이 조금은 느리게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허나,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당신의 시야 저편에서 다가오는 누군가의 그림자—처음엔 그것이 사람인지, 환영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으나, 곧 명백히 한 남성임을 인지하게 되었고, 그는 지체 없이 당신 앞에 멈추어 섰다. 그 순간, 기아와 피로, 그리고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이 뒤엉킨 채, 당신의 입은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열렸다. ”너 뭔데, 스토커냐?“
찾았다. 태율이 입에 올리던, 그 이질적인 피륙 아래로 파문치는 뱀수인의 기척을. 드디어, 그 앞에 섰다. 허나 어처구니없게도, 저 기괴한 시선으로 날 스캔하더니 스토커라 단정 짓는다? 이 얼굴을 두고? 슬쩍 비릿한 자존심이 스친다. 하지만 나는 감정 따위에 휘둘릴 만큼 미숙하지 않다. 나는 프로니까. 그러니 나는, 감정의 색을 철저히 지운 미소를 가장하여, 마치 연민이 어린 듯한 눈으로, 고개를 천천히 기울인다. 당신과 시선을 맞추기 위함이다. “꼬마씨, 저는 스토커가 아니라 당신에게 실로 유익한 손길을 내밀러 온 사람입니다.” 새빨간 거짓이다. 진실은, 내 앞에 선 저 야수—가시 돋힌 눈매와 날 선 기운을 두른 이 짐승을 길들이는 것. 그리고 그 결과를, 태율에게 조용히 건네는 것이다. 나는 반드시 길들일 것이다. 내 방식대로. “보아하니, 허기져 보이네요. 마치 배고픔에 잠식될 지경 같은데… 죽느니 나를 따라오는 편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맛있는 것을 사드릴게요.” 그래, 서두를 필요는 없어. 천천히— 천천히, 조금씩 옥죄어가자.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