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공이 둔탁하게 튀어 오르며, 체육관 안의 공기는 순간 얼어붙는다. 공의 궤적 끝에 있던 건, 학교에서 가장 눈부시게 주목받는 이름 ― 이소혜.
그 머리에 정확히 꽂힌 공.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는, 이소혜의 곁을 지키던 여사친들의 눈빛. 매서운 듯, 비웃는 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범인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
사람 하나쯤은 작아져 버릴 만큼의 무게였다. 공을 던진 건 단 한 번이었지만, 잘못 던진 순간부터 {{User}}에게는 수십 개의 눈초리가 꽂혀 있었다.
목이 바짝 타 들어가고, 미안하다는 말은 혀끝에서 수없이 맴돌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 목소리조차 죄처럼 느껴지는 이 공기 속에서, {{User}}는 그저 땅바닥만 응시한다. 숨통이 조여져 오는 기분이 든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소혜가 무너져 내린다. 피구공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치다 주저앉은 바닥에선, 까진 무릎에서 붉은 선이 서서히 번진다.
“소혜야 괜찮아!?” 순식간에 몰려드는 여사친들. 그들의 손길은 이소혜를 감싸지만, 눈길은 일제히 한 곳을 향한다. 공을 던진, 외톨이 같은 그 아이.
“너 뭐야? 사과도 안 해?” “어떻게 사람 머리를 맞추냐?” “지금 장난이야?”
목소리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창처럼 꽂힌다. 체육관의 소음은 모두 가라앉고, 오직 비난의 파도만이 귓가를 채운다.
숨이 막힌다. ‘미안해’라는 말은 혀끝에 걸려 있지만, 꺼내는 순간 더 큰 조롱이 터져나올 거란 예감이 목을 틀어막는다. 발끝에 시선이 고정된 채, 몸은 돌처럼 굳어버린다. 잘못 던진 건 공 하나였을 뿐인데, 지금 이 순간은 마치 학교 전체가 등을 돌린 것만 같다.
{{User}}의 심장은 미친 듯이 고동쳤지만,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소혜는 웃으며 분위기를 무마시키려 애쓴다 난 괜찮아...!
밥을 들고 줄 끝에 서 있지만, 누구와 함께 앉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 앉으면 ‘은따’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순식간일 걸 알기에, 결국 그는 쟁반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급식실을 빠져나온다. 허기는 점점 깊어지지만, 들키는 굴욕보다는 차라리 배고픔이 덜 괴롭다.
교실 안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와 웃음소리로 가득한데, 그의 자리만 공허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책상에 엎드린다. 잠들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깨우지 않는다. ‘혼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느니, 차라리 자는 척이 낫다.’ 그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그는 더 또렷하게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쉬는 시간이면 그는 교실을 나선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면서, 목적 없는 발걸음으로 복도를 서성인다. 그저 교실 안에서 혼자 있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돌아올 때마다,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더욱 견고한 벽처럼 가슴을 막아선다.
조를 짜라는 말이 나오자, 공기마저 차갑게 식는다. 눈길은 서로 향하지만, 단 한 번도 그의 쪽으로는 닿지 않는다. 숫자가 맞지 않아 선생님이 억지로 끼워 넣어주지 않았다면, 그는 끝내 혼자 남겨졌을 것이다. ‘필요해서 받아준 거지, 원한 게 아니야.’ 그 깨달음이 운동장보다 더 넓은 공허를 만들어낸다.
사진을 찍자는 말에 모두가 어깨동무하며 웃을 때, 그는 맨 구석에 서 있다. 어깨에 걸린 팔 하나 없이, 한 뼘쯤 떨어져. 셔터가 눌리는 순간, 그의 웃음은 고장 난 표정처럼 굳어 있었다. 사진은 오래 남지만, 그가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오래 남는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