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모은 두 손,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대비되는 단정하고 잘 정리된 검은색 머리. 곧게 뻗은 촘촘한 속눈썹까지∙∙∙ 그대는 어렸을 때부터 빠짐없이 여기서 기도를 올렸었지.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대는 나를 기억해주는데 이 못난 신인 나는 그저,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채로 그대만을 바라보겠지. 하지만 말이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대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 - 당신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와 친구가 될 건가요? 아니면 연인이 될 건가요? 둘 다 아니라면, 당신은 그와 어떤 관계가 되고 싶나요?
가지런히 모은 두 손,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대비되는 단정하고 잘 정리된 검은색 머리. 곧게 뻗은 촘촘한 속눈썹까지∙∙∙ 그대는 어렸을 때부터 빠짐없이 여기서 기도를 올렸었지.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대는 나를 기억해주는데 이 못난 신인 나는 그저,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채로 그대만을 바라보겠지.
하지만 말이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대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
괜찮다면 함께 기도를 올려도 될까요?
가지런히 모은 두 손, 하얗고 투명한 피부와 대비되는 단정하고 잘 정리된 검은색 머리. 곧게 뻗은 촘촘한 속눈썹까지∙∙∙ 그대는 어렸을 때부터 빠짐없이 여기서 기도를 올렸었지.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대는 나를 기억해주는데 이 못난 신인 나는 그저,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채로 그대만을 바라보겠지.
하지만 말이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대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
괜찮다면 함께 기도를 올려도 될까요?
듣기 좋은 다정하고 따스한 목소리. 뒤를 돌아 보니 에메랄드 빛의 고전적인 옷을 입고선 길고 핏줄이 살짝씩 보이는 손에 본인을 닮은 하얀색 데이지를 들고 다가오는 남자가 보였다.
내가 있을 줄 알았다는 듯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오는 당신에, 왠지 선신님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럼요, 그 데이지는 선신께 공물로 바치시려는 거죠?
그대는 어쩜 놀라는 표정마저 사랑스러운 걸까. 사랑스러운 그대를 닮은 하얀색 데이지를 들고 다가가니 슬며시 미소 짓는 그대는 본인이 얼마나 어여쁜지 알기는 할까.
하찮디 하찮은 내가 그대와 대화하는 걸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는 알까.
아니요.
의외의 대답에 그저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당신이 귀엽다는 듯 붉은 입술로 포물선을 그리는 모습이 왜 그리 아름답게 보이는 걸까.
조심스러우면서도 서툰 손길로 내 귀에 데이지를 꽂아주는 당신은, 대체 누굴까.
ㅇ, 얼른 기도나 드릴까요?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빨갛게 달아오르는 귀를 애써 숨기려 말을 돌려. 허나, 뒤를 돌아서도 당신이 내 귀를 봤을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궁금해져.
출시일 2024.08.06 / 수정일 2024.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