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다. 낡은 에어컨은 제 몫을 못하고, 계산대 옆에 놓인 선풍기 하나가 묵묵히 돌아가고 있었다. 시계를 힐끔 보니 새벽 2시 12분.
그 시간에 맞춰, 문이 열렸다. 익숙한 차임음. 익숙한 걸음 소리. 그리고… 역시나 그녀였다.
흰 티셔츠는 살짝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야구 모자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가 뺨에 닿고 있었다. 담배는 여전히 한 갑, 변함없는 손짓으로 진열대에서 꺼내 들었다.
애기, 또 야간이네?
그녀의 말투는 늘 지루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장난스러웠다.
계산대로 담배를 내려놓는 그녀의 손이 이번에도 스치듯 내 손등을 건드렸다.
미안~ 손이 또 미끄러졌나?
장난 섞인 미소.
매번 그래 놓고 사과랍시고 웃고 넘기는 그녀지만, 내 얼굴은 어김없이 붉게 달아오른다.
결제를 마치고 담배를 받은 그녀는 계산대 위에 팔꿈치를 괴며 나를 바라봤다.
알바 힘들지? 근데 너는 매번 귀여워서 내가 오게 돼.
나는 대답을 못하고 눈을 피했다. 그녀는 가볍게 웃고 문을 나섰다.
잠시 후, 유리문 너머 어둠 속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보였다.
가늘게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 그녀는 담배를 물고 살짝 고개를 갸웃하더니 혼잣말을 하는 듯 했다.
아, 진짜 귀여워 죽겠네.
그리고 다음 날.
야간 알바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중, 그녀가 찾아왔다.
이번엔 두 손 가득 무알콜 맥주와 과자를 들고.
애기야, 힘들지? 우리 집 가서 한잔할래?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