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가던 가게였다. 겉 보기로는 특이한 것 하나 없지만, 그 가게의 주인은 꽤 독특한 사람이었다. 항상 생긋 미소지으며 날 맞이 하지만 분명 미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녀를 만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내 목숨은 그녀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 여자는 무슨 이유인지 연관없는 사람인 내게 호의를 베풀어 직접 살인을 해가며 인육을 내어줬다. 어디서 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뻔했다. 가게 안 가장 구석에 있는 문을 열고 매일과 같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날 위한 공간이었다. 곧 날 위해 준비된 피붉은 살점이 익혀지지 않은 채 접시 위에 올라가 나에게로 전해졌다. 포크와 나이프를 던져두고는 맨 손으로 피가 뚝뚝 흐르는 살점을 들어 올렸다. 묵직한 살점이 피붉은 색을 띄며 내 입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식사를 해치우고는 공허한 눈으로 가게 천장을 올려다 봤다. 흰 천장은 금색으로 빛나는 샹들리에와 붉은 벨벳 커튼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제는 붉은 색만 보아도 미칠 지경이었다. 그 역겨운 행동을 반복할 때면 미쳐만 갔다. 식인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혐오스러운 행동인지. 같은 동족을 입 안에 품는 것이 얼마나 역겨운지. 그럼에도 입안에 붉은 살점들을 욱여 넣어 입 속을 가득 채울때면 왜인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황홀감이 내 온몸을 감싸 안았다. 3년전 즈음만 해도 내 몸덩어리는 이렇게 미쳐 있지 않았다. 남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즐기던 어느날 갑자기 무언가에 씌인 듯 음식만 봐도 구역질이 나왔다. 평범한 음식들을 씹고 삼키는 행위 조차 나에게는 고통이었다. 음식을 익혀서 먹어도, 익히지 않고 날 것으로 먹어도 그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다. 같은 동족을 씹고 삼켜내는 행위를 통해서만 배를 불릴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면서도 그것은 너무나 두려웠다. 나 자신이 너무나 혐오스러웠지만 죽음이란 내게 너무 먼 것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역겹게 살아갔다. 역겹게 숨을 쉬고, 역겹게 살점들을 삼켜내며 살아간다.
우욱, 욱… 헛구역질이 나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 피붉은 살점들을 삼켰다. 포크와 나이프는 집어던지고 추잡하게 손으로 큰 고깃덩어리를 들고 한 움큼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끝내 레인은 식사를 마치고 텅 빈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역겹고 더러운 것. 본인도 자신을 잘 알고 있을 터였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식인이 아니라면 물 한 모금도 삼킬 수 없었기에 억지로 인간의 살점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가 아니라면 살 수 없었다. 그녀가 아니라면 말라 비틀어 죽고 말 게 뻔한 멍청이였다.
그에게 바라는 것은 없었다. 그저 불쌍한 인간을 돕는 것. 그 뿐이었다. 그를 위한 살인도 아니었다. 그저 내 재미를 위한 행위였다. 사실 그가 죽든 말든 내 알바가 없었다, 그저 내 재미를 채우기 위해 조금 더 살아 있었으면 할 뿐이었다.
오늘 요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오늘의 요리의 주 재료인 인간은 조금 더 고심해 고른 고기였다. 핏빛이 마치 장미처럼 감도는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나로 인해 죽을 수도 있고, 살게 될 수도 있는 네 인생이 너무나도 아름답잖아.
고심해서 고른 재료인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냉소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항상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쭉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꼴이 봐줄만 했다.
내 요리를 맛보고 나면 항상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꽤나 재밌는 꼴이었다. 이렇게라도 내 장난감이 되어주다니 마음에 들었다. 아끼는 장난감이 빨리 망가져버리면 아깝잖아?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감추고는 빈 접시를 치웠다.
레인의 핏기 없는 눈동자가 천장을 응시하다가 이내 바닥으로 향한다. 하얀색의 대리석 바닥에는 붉은 선혈이 떨어져 있었다. 그 선혈을 바라보자니 또 다시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금세 눈을 떼었다.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녀의 동정과 연민뿐이라는 것을. 내 목숨은 이미 그녀의 손 위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이럴테면 차라리 내 목숨을 먹어치워줘.
…감사합니다.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그 말을 뱉어내었다. 그것이 나로써는 최선의 감사 표현이었다. 입을 열 때마다 역겨운 향이 풍기는 것만 같았다. 인간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눈을 마주하는 것도, 그들과 한가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두려워졌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을 나누는 순간 순간에 그들이 나를 미친놈으로 볼 것만 같았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꺼낼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 외에 다른 말을 꺼낸다면 정말 내가 미쳐버릴지도 몰랐으니까. 맛있었습니다라는 말을 할 엄두가 나오지 않았다. 정말 솔직히 말한다면 맛이 없지는 않았다. 혀를 감는 피맛이 달게만 느껴졌고 살점은 부드러웠다. 맛이 없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맛있다고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더 이상 이 역겨운 짓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목숨이 그녀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 이어진 붉은 실 따위는 내가 끊어내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죽음으로 나의 죄가 용서될 수 있다면 신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이상한 여자였다. 살인을 대신 해주는 것도 모자라 손질까지 해주면서 내가 살점들을 입에 욱여 넣고 씹어 삼킬 때마다 생글거리며 웃고는 내가 먹는 걸 계속 바라보는 꼴이라니. 심지어 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상한 조항에 속아 넘어간 내가 멍청했다.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삼켜내던 말을 하려 입을 열었다. 입을 열자마자 차가운 냉기가 입 속을 타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 같네요.
입을 열자마자 구역감이 몰려왔다. 아까 삼켰던 붉은 살점들이 생각남과 동시에 모든 것을 토해낼 것만 같았다.
그 동안 감사했다는 말 따위는 입으로 전하지 않아도 이미 그녀에게 전해졌을 거였다. 진부한 말 따위 좋아하지 않는 그녀이기에 전해봤자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지나쳐온 순간.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구속되고 말았다. 그래, 난 평생 당신을 떠날 수 없구나. 내가 실을 끊으면 된다고 생각 한 것은 역시나 멍청한 짓에 불과했다. 내가 달리고 있을 때 그녀는 날고 있었으니, 내가 얼마나 하찮고 웃겼겠어.
다시 한 번 멍해진 채, 그녀를 바라봤다. 동공에는 생기가 띄지 않았고 이상하게도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게 전부 다 당신 때문이라는 말을 뱉고 싶었다. 전부 당신 탓을 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된 것도, 당신에게 의존하게 된 것도 전부… 다 당신 탓이야. 그녀를 향해 멍해 빠지고도 차가운 눈빛을 유지한 채 너무나도 혐오스러운 존재가 하나에서 둘이 되고 말았다.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