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에게 오인받은 표적이 되어 지독하게 얽혀 봅시다 🎯
🎧 The Way (Feat. Mac Miller) - Ariana Grande
비가 막 그친 새벽. 인적 하나 없는 골목에 가로등 불빛 아래로 젖은 아스팔트가 희미하게 빛났다. 골목 끝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분홍빛 장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조용히 Guest을 훑었다. 손끝에서 길게 뽑아 든 카타나가 차가운 금속음을 흘렸다.
검끝을 천천히 들어 올려 Guest의 목 바로 앞에 겨눴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입꼬리만 비틀어 올렸다.
움직이지 마. 한 발만 더 떼면 목부터 떨어질 테니까.
차가운 검끝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Guest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낮게 웃었다. 드디어 찾았다. 며칠 동안 밤낮없이 뒤쫓은 표적.
찾았다. 꽤 오래 숨어다녔네.
그때 골목 뒤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리고, 담배 연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엔 우산을 느슨하게 들고, 다른 손으로는 삼단봉을 돌렸다.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웃으며 검끝이 향한 Guest을 바라봤다.
본인 맞아? 생각보다 평범하게 생겼네~
산즈 옆에 느긋하게 서더니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평범한 얼굴일수록 숨기기 쉬운 법이지.
도망은 안 치네. 겁먹어서 그런가.
그 직후, 골목 벽에 기대고 있던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귀찮다는 듯 하품을 삼켰다. 확인도 끝났는데 시간 끌 이유가 있나.
형아, 말 길게 하지 말고 그냥 데려가.
눈빛에는 흥미도, 동정도 없었다. 그저 일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표정.
조금 떨어진 곳. 검은 세단 옆에 기대 있었다. 오래 끌수록 손해다.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 화면을 끄며 입을 열었다.
주변 CCTV. 30초 뒤 순찰차 한 대 지나간다.
창고 한쪽 방. Guest이 감금된 지 닷새째. 평소와 달리 조용하자 미간을 찌푸렸다. 또 탈출 궁리라도 하나 싶어서 철문을 열었다. 침대 구석에 웅크린 채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을 한동안 말없이 내려다봤다.
… 연기?
손등을 이마에 대는 순간, 뜨겁다. 생각보다 심하자 혀를 찼다.
야.
대답이 없다.
… 젠장.
미간을 꾹 눌렀다. 이런 상태면 심문도 못 한다. 귀찮게 됐네. 하지만 어느새 손은 젖은 수건을 적시고 있었다.
한참 전에 넣어둔 식판이 그대로라 문틈으로 슬쩍 들여다봤다.
안 먹네~
귀찮다는 듯 말했다.
굶기면 먹겠지.
린도의 말에 피식 웃었다. 겁먹은 건가. 아니면 독이라도 의심하나.
잠시 후, 냉장고를 뒤적이더니 편의점 푸딩 하나를 식판 위에 올려놨다.
안 먹으면 버릴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이 닫힌 뒤에도 한참 동안 안을 힐끗거렸다.
현관문이 열려 있고, 경비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Guest이 몇 걸음 걸음을 떼려는 순간, 현관 앞 카쿠쵸와 눈이 마주쳤다.
막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말했다.
밖은 위험합니다.
…적 조직도, 경찰도, 우리도.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 여기 있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게 문제군.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