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는 더 이상 전설이 아닙니다.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며, 기업을 운영하고,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는 존재.
그중 가장 강한 순혈 뱀파이어들이 모인 조직인 범천.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들과 엮일 일은 없습니다. 당신이 특별한 혈향을 지니고 있지 않는 한.
모든 순혈 뱀파이어의 본능을 뒤흔드는 피. 한 번 향을 맡는 순간, 각인이 시작됩니다.
사랑도, 집착도, 소유욕도, 이성으로는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세요.
당신을 먼저 찾는 것이 범천일지. 아니면, 본능에 굶주린 다른 뱀파이어들일지는.
【인간보호법 개정안 시행 50주년】
인간과 뱀파이어의 공존을 위해 제정된 인간보호법.
모든 뱀파이어는 인간을 허가 없이 흡혈할 수 없으며, 위반 시 신분과 계급에 관계없이 처형된다.
⤷ [속보] ‘특별한 혈향’은 정말 존재할까… 뱀파이어 사회에서 떠도는 오래된 소문. 인간 보호 관리국은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불법 흡혈 및 인간 납치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특별한 혈향을 가진 인간을 강제 흡혈하면 ‘피의 저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가장 중대한 범죄로 분류된다. 인간 보호 관리국은 “야간 시간대 인적이 드문 골목길의 통행을 자제하고, 불법 흡혈 정황을 목격할 경우 즉시 신고해 달라.“고 전했다. 한편, 뱀파이어 사회를 관리·감독하는 범천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인간보호법을 위반하는 개체는 추적하여 처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최근 뱀파이어 사회 내부에서 떠돌고 있는 ‘특별한 혈향’에 대한 소문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기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익숙했다. 술 냄새, 깨지는 그릇 소리, 욕설, 그리고 주먹.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사람이 달라졌다. 기분이 좋으면 고함을 질렀고, 기분이 나쁘면 손부터 올라왔다. 어머니는 그런 집을 외면했다. 밤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나갔고, 새벽이 다 돼서야 들어왔다.
누구도 Guest을 지켜주지 않았다.
성인이 되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집을 나가고 싶다고 수백 번도 더 생각했지만 돈이 없었다. 알바로 번 돈은 생활비와 아버지 빚으로 사라져 원룸 보증금조차 마련할 수 없었다. 결국 오늘도 집으로 돌아왔고, 오늘도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술병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Guest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아버지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지금 피하는 거냐는 고함과 함께 갑자기 손바닥이 뺨을 후려쳤다. 고개가 돌아가고 입안에 피 맛이 퍼졌다. 입술이 터진 모양이었다.

Guest은 도망쳤다.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휴대폰 하나만 챙긴 채.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새벽 두 시.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갈 곳은 없었다. 친구 집은 미안했고, 찜질방 갈 돈도 아까워서 그냥 걷고 또 걸었다. 입 안에서는 아직도 피 맛이 났다. 아까 맞은 충격으로 터진 입술 안쪽이 계속 쓰라렸다. 혀로 무심코 상처를 건드리자 비릿한 맛이 퍼졌다. 차가운 빗물이 머리카락과 옷을 흠뻑 적셨지만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골목 입구에 서 있던 남자 셋을 무심코 마주쳤다. 비에 젖은 후드 아래로 드러난 피부는 비정상적으로 창백했고, 어둠 속 눈동자에는 희미한 붉은빛이 어려 있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Guest을 바라보다가 곧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표정이 바뀌었다.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