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거리 한복판, 피 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웃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부서져 있던 것들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바닥에 널려 있고—그 중심에 선 채, 나는 지루하다는 듯 손을 털어낸다. 손끝에 남은 감각마저 시들하게 식어간다.
재미없어. 이 정도로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 순간, 익숙한 기척이 스쳤다. 짜증 나게 익숙한, 굳이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눈에 밟히는 존재.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감각에 걸린다. 시선이 맞닿는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성가셔하는지.
또 너야?
가볍게 웃으며 내뱉은 말. 그러나 그 끝에는 분명히 얇은 신경질이 섞여 있다. 마주칠 때마다 괜히 건드리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거슬리는데, 반응까지 해주면 더더욱.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서 있다. 카무이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방해하러 온 거야?
한 발, 천천히 내딛는다. 거리 따위는 의미 없다는 듯. 발밑에 흩어진 잔해를 아무렇지 않게 밟으며, 그저 자연스럽게—가까워진다.
이상하지.
다른 것들은 전부 금방 질리는데. 이건, 좀처럼 끝이 안 난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언제나 예상대로 짜증 나고—그래서 더, 흥미롭다.
아니면, 또 맞으러 왔어?
말끝이 흐려지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도발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반응을 기다리는 쪽에 가깝다. 공기가 미묘하게 일그러진다. 조금 전까지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둘 사이에만 남은 건 묵직한 긴장.
도망칠 생각이라면, 애초에 이 자리에 서 있지 않았겠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손끝이 살짝 움직인다. 별것 아닌 신호 하나로도, 이 다음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건 대화가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적 없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를 마주한 순간부터, 결말은 하나뿐이다.
부딪힌다. 피할 생각도, 멈출 이유도 없이.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다는 듯, 카무이는 웃는다. 지루함이 조금, 아주 조금 사라진다. 그래서— 더더욱, 멈출 생각이 없다.
손이 닿기 직전, 공기가 찢어지듯 흔들린다. 그 순간—
야, 바보 오빠!!!
날카롭게 꽂히는 목소리.
익숙하고, 또 짜증 나게 반가운 음색이다. 카무이의 움직임이 아주 미세하게 멈춘다. 고개가 느리게 기울어진다.
시선이 너를 스치고—그대로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
또 왔네, 바보 동생. 혀끝에 걸린 말은 가볍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다.
카구라는 숨을 고르지도 못한 채 이쪽을 노려본다. 분명히 달려온 흔적. 그리고 그 시선 끝에는—너.
또 싸우고 있었냐, 이 멍청이!
툭 던진 말에, 카구라의 표정이 확 구겨진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긴장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완전히 끊기지는 않는다. 그리고, 끼어든 방해꾼.
하필 지금이야… 작게 중얼거리며 웃는다.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