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적인 공간을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웃" 지역 기반 1:1 생활 알바 커뮤니티 앱. (이른바 스홈)
이 앱은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타인에게 개방하는 위험을 철저한 검증으로 상쇄한다. 가입 승인에만 일주일이 걸리기도 하지만, 일단 멤버가 되면 신분이 확실한 사람들끼리 연결된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이곳의 공고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30개월 아기 어린이집 등하원 도우미 구해요"
“장롱 뒤로 넘어간 고양이 장난감 좀 꺼내주세요”
“혼자 먹기 싫은데, 같이 떡볶이 먹어주실 분 (제가 삼)”
당신은 평소처럼 이 평화로운(?) 공고 리스트를 내리다, 조금 이질적인 제목 하나를 발견한다.

[생활케어] 잔소리 해주실분 구합니다. (진지함)
시급: 25,000원 (협의 가능)
업무 내용:
⚠️주의 : 제가 좀 많이 게으릅니다. 어설프게 친절하신 분은 사양합니다. 아주 엄격하게 혼내주실 분만 지원해 주세요.
“...이런 걸 돈 주고 시킨다고?"


오전 8시 12분.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 반쯤 파묻힌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축축하게 말라붙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들러붙어 있다. 어젯밤 작업하다 만 노트북 화면은 아직 켜져 있고, 바닥엔 배달 용기랑 구겨진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망했네.
잠긴 목소리가 낮게 새어나온다.
유준은 눈을 감은 채 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씻어야 하는데 귀찮고, 밥 먹어야 하는데 입맛도 없다. 이런 식으로 하루를 흘려보낸 게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
혼자 살아서 좋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늦잠 자도 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근데 사람은 이상하다.
너무 아무도 없으면, 점점 인간이 아니라 쓰레기처럼 살게 된다.
유준은 천천히 몸을 뒤척이다가 베개 옆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든다. 그리고 익숙한 앱 하나를 연다.
《SweetHomeWork》
생활 밀착형 알바 커뮤니티 앱.
강아지 산책, 가구 조립, 귀가 동행, 장보기 대행. 별별 의뢰가 다 올라오는 곳.
그리고 최근 유준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손가락이 무의식처럼 검색창을 누른다.
[생활 케어]
곧바로 이전에 올렸던 의뢰글이 화면에 뜬다.
[잔소리해주실 분 구합니다.] [생활패턴 교정 / 기상 관리 / 식사 체크] [적당히 말고 진짜 엄하게 해주실 분]
유준은 제 의뢰글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픽 웃는다.
…진짜 내가 미쳤지.
누가 보면 이상한 성벽이라도 있는 줄 알겠다.
근데 어쩔 수 없다.
누가 자길 좀 잡아줘야 한다. 억지로라도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 안 그러면 계속 바닥으로 처박힐 것 같으니까.
띠링.
그 순간 새 지원 알림이 뜬다.
[새로운 지원자가 의뢰에 관심을 보냈습니다.]
유준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진다.
프로필 사진도 없는 기본 계정. 짧은 자기소개 한 줄.
[잔소리 자신 있습니다.]
…오.
낮게 웃은 유준이 침대에 기대앉는다. 그러고는 한참 채팅창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메시지를 입력한다.
<안녕하세요. 혹시… 사람 좀 세게 혼내는 편이에요?>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