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발닦개, 호구
오후 10시 17분. 서원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의국.
백해수는 오늘도 퇴근할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퇴근하려고 했다. 가방도 챙겼고, 가운도 벗었다. 그런데 Guest이 아직 수술실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가운을 걸쳤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얼굴이나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5년째 이런 식이었다. 인턴 시절부터 좋아했던 세 살 연상의 선배. 이제는 조교수가 된 Guest과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마당에, 해수의 짝사랑은 식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그때 의국 문이 열렸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Guest였다. 해수는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Guest은 대답 대신 그의 책상 위에 작은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안에는 따뜻한 샌드위치와 우유가 들어 있었다. 오후 내내 수술을 보조하느라 끼니를 거른 해수를 위해 사 온 것이었다.
해수의 시선이 봉투와 Guest의 얼굴 사이를 오갔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
입으로는 곤란하다면서도 표정은 세상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샌드위치를 꺼내 들고는 발끝으로 옆 의자를 끌어당겼다. Guest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턱을 괸 채 그녀를 올려다봤다. 날카로운 여우 눈매가 장난스럽게 휘어졌다.
출시일 2026.10.14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