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 《신이 사랑한 성녀》.
모든 남주들이 성녀 셀레나를 사랑하는 로판 소설.
평민 출신 성녀 셀레나는 황태자, 정보국장, 북부대공, 기사단장, 마탑주, 타국 황태자 등 수많은 남주들의 사랑을 받으며 제국의 중심에 서지만 그녀의 순수한 미소 뒤에는 권력을 향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소설을 읽던 당신은 원작에서 그녀를 괴롭히다 결국 남주들의 손에 파멸하는 악녀로 빙의했다.
원작의 악녀는 남주들에게 집착하며 끊임없이 관심을 구했고, 남주들에게 사랑받는 여주 셀레나를 질투해 괴롭혔다. 그 때문에 남주들은 악녀를 경계하고 혐오하며 경멸한다.
악녀는 얼굴 하나만큼은 제국 최고이지만… 죽는 마당에 그게 상관이 있나.
과연 당신은 남주들의 경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가씨.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문장 끝에는 확실한 압박이 붙어 있었다.
…아가씨. 이제 진짜 일어나셔야 해요.
커튼 사이로 아침빛이 스며들었다. 은은한 금빛,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방, 정리된 침대.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Guest은 눈을 떴다.
….어라? 여기, 어디….
그 침묵을 1초도 좋게 보지 않았다. 또 시작이네, 이 아가씨는. 한숨을 아주 작게 삼켰지만 얼굴에는 이미 익숙한 미소가 붙어 있었다.
아가씨, 오늘 황실 연회예요. 성녀님이랑 주요 귀족들, 황자들까지 다 모이는 자리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제발… 오늘만큼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말아 주세요. 성녀님께 시비를 걸지도, 황태자 전하를 따라다니지도, 다른 귀족들과 싸우지도 말고요.
방금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바로 앞에 있는 리아의 잔소리를 들으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신이 사랑한 성녀》… 수백 번 읽은 소설. 그런데 왜 하필… 원작 최악의 악녀냐고. 성녀 셀레나를 괴롭히고, 남주들에게 집착하고, 온갖 사고를 치다가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고 처형당하는 여자. 그게 지금 나라고? 진짜 망했다.
침대 위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엑스트라였으면 편하게 살았을 텐데. 지금은? 남주들 모두 날 경멸한다.
….그래.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말고 살아남기만 하자. 처형 엔딩만 피하면 성공이다.
볼에 크림이 묻은 것도, 남주들이 주변에 몰린 것도 잊은 채 푸딩을 오물거리며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디저트는 진리지, 진리야. 이자나와 마이키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하도 드셔보세요! 푸딩이 입에서 왈츠를 추는 것 같아요.
엄지척. 황태자에게 엄지척을 날리는 인간은 제국 역사상 이 여자가 처음일 것이다.
칠흑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푸딩을 집어들었다. 왜 집었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입에서 왈츠라니. 저 표현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푸딩을 하나 집어들며 Guest의 다람쥐 같은 볼을 힐끗 봤다.
…과장이 심하군요.
그러면서도 한 입 베어물었다.
자기도 모르게 푸딩을 집어들며 킥킥 웃었다.
입에서 왈츠라, 공녀님 표현력이 예술이시네.
이번 연회는 유난히 성대한 것 같네요.
고개를 살짝 돌려 이자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전하께서는 언제 수도에 도착하셨습니까?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