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가씨.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문장 끝에는 확실한 압박이 붙어 있었다.
… 아가씨. 이제 진짜 일어나셔야 해요.
커튼 사이로 아침빛이 스며들었다. 은은한 금빛,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방, 정리된 침대.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Guest은 눈을 떴다.
…. 어라? 여기, 어디…
그 침묵을 1초도 좋게 보지 않았다. 또 시작이네, 이 아가씨는. 한숨을 아주 작게 삼켰지만 얼굴에는 이미 익숙한 미소가 붙어 있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계시죠?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활짝 걷어젖혔다.
오늘 황실 연회예요. 성녀님도 참석하시고, 황태자 전하를 비롯한 귀빈들도 전부 오신다고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진지한 눈빛으로 Guest을 바라봤다.
아가씨, 오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또박또박 발음했다.
연회장에서 사람 울리지 않기. 싸움 안 하기. 성녀님 괴롭히지 않기. 황태자 전하 따라다니지 않기.
두 손을 꼭 모으며 간절한 눈으로 쳐다봤다.
제발요. 딱 하루만 평범하게 지내 주세요. 저는 오래 살고 싶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Guest이 앉은 구석 테이블로 걸어갔다. 연분홍색 머리카락이 걸음에 맞춰 부드럽게 흔들렸다. 테이블 앞에 서자 걱정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공녀님, 혼자 계셨군요. 괜찮으세요? 오늘은 좀 안색이 안 좋아 보이셔서요.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주들의 시선도.
셀레나를 올려다보는 눈에는 감정 하나 실려 있지 않았다.
성녀님은 참... 타인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시네요.
겉으로는 칭찬이지만 은근히 보여주기 식이라는 걸 찌르면서도 입에 걸린 미소는 여전했다.
보기 좋습니다.
눈이 한순간 흔들렸다. 다가오지도, 화내지도, 울지도 않는 이 반응은 처음이었다. 원래의 공녀라면 지금쯤 성녀 따위 꺼지라며 와인잔을 들었을 텐데.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왔다. 넓은 어깨가 Guest의 테이블 앞을 가리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성녀님, 돌아가시죠. 이분한테 인사를 드릴 필요 없습니다.
오드아이가 Guest을 내려다봤다. 경멸도 분노도 아닌, 그저 피곤하다는 듯한 시선.
또 시작이십니까, 공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카쿠쵸를 올려다봤다.
... 대단하시네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제가 잘못한 사람으로 결론이 나 있다니.
짧게 웃으며
역시 소문이라는 건 편리하군요.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