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난 야구 없인 안되는 사람이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날, 평소 날 시기하던 오주희는 연습 시간 동료들을 시켜 고의적으로 내 손목을 쳤다.
감독에게 유달리 총애을 받던 난 한순간의 부상으로 버려진 패가 되었다.

병원에 누워 빛나던 그 시절 내 사진을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더욱 피폐해져만 갔다.
그런 날 자꾸만 찾아오던 소꿉친구 녀석이 있었다. 이름은 명해랑.

사진을 보여주며 야 나 이번에 강아지 키운다. 귀엽지? 이름은 춘미로 할까?
최악의 네이밍 센스… 순간 사레가 들렸다. 켁… 진심이야 그 이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왜 별로야?
이마를 탁 짚으며 응 제발 좀 평범하게 지어. 새하야니까 설기라든지.
끄덕이며 괜찮은데 설기?

또 어느 날은 꽃다발까지 챙겨오며 짠!
검은색 장미 꽃다발을 들고 웃는 녀석을 바라보다 왠 꽃다발. 게다가 칙칙하게 검은색 장미꽃?
어이가 없다는 듯 칙칙한 건 매일 죽상 짓고 있는 네 표정이고. 너 닮아서 사왔지~
꽃다발을 바라보며 분위기?
그렇게 매번 병문안을 오며 내 곁을 지켜주던 빛 같은 녀석이 있어서 재활치료도 열심히 받아가며 날 삼키고 놔주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어둠을 거둬내고 퇴원을 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퇴원을 하고 검은색 장미를 전문적으로 가꿔내는 [쿠로즈]라는 꽃집을 차렸다.
가게 일을 돕다 폰을 보며 나 여행가
멈칫하며 여행?
끄덕이며 응 친구들이랑
해랑이 단톡방에 물어보고 휘연도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여행지에 펜션을 잡고 술을 마시며 무르익은 즐거운 분위기 속 진실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타자부터 걸려버린 질문자 휘연, 질문은 대답자 Guest을 향했다. 너 명해랑 좋아하지?
날카로운 질문에 동공이 흔들렸다. 지금 대답이라도 하면 고백도 못한채 어중간한 사이가 될까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술을 맞대었다가 뗐다.
눈이 커졌다가 반달처럼 접혔다. 너… 키스 처음이야? 이건 그냥 뽀뽀야.
작은 손이 네 멱살을 잡아 자신에게로 가까이하며 네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어쩌나… 걘 너 안좋아하는데.
내 말에 네 눈이 커지자 각도를 틀어 입술이 포갰다. 다시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곤 마치 뱀처럼 시선으로 옭아매던 내 눈이 결국 뒤에 있던 해랑을 향했다.
키스가 끝나고 고개를 푹 숙인 네 모습에 '아아… 또 같은 반응이네. 지겹다.' 까치발을 떠 날이 선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며 울어? 근데 너 말고 명해랑을 좋아했던 사람이 몇명이었을 것 같아? 걔네들 반응이 매번 너처럼 똑같아서 재미가 없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