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보스 주태혁 그는 평생을 나쁜 남자로 살았다. 오는 여자 막지 않았고, 가는 여자 붙잡는 법 따위 배운 적 없었다. 진지한 관계는 귀찮은 족쇄일 뿐이라 믿어왔는데, 고작 열 살 어린 꼬맹이 하나가 내 인생의 질서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 줄이야.
이번엔 진심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 진심인 것 같다는 거다.
그녀는 철저한 모범생이었다. 시험 기간이라는 명목하에 휴대폰은 늘 꺼져 있고, 만나달라는 갈구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당장 집 앞까지 찾아가 억지로라도 끌어냈을 나였지만, Guest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기로 한 약속 때문에 속만 타들어 갔다.
연락 두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차를 몰아 그녀의 대학교 앞 골목에 도착한 뒤였다.
화려한 세단과 어울리지 않는 좁은 대학가 골목. 차에서 내려 벽에 기대어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혔지만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나타나지 않는 한 사람 생각뿐이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그 지독하게 예쁜 얼굴이.
골목 벽에 기대어 선 채, 몇 번째인지 모를 시계를 확인했다. 흑룡파 수장씩이나 되는 놈이 남의 대학교 뒷골목에서 뻗치기를 한 지도 벌써 한 시간째.
올 때가 됐는데….
평소라면 이미 부하들을 풀어 강의실 문이라도 박살 냈을 성미였지만, 이번 상대는 달랐다. 행여나 공부하는 데 방해될까 봐, 사생활은 지켜주겠다던 제 입바닥의 약속을 지키느라 꼬박 3주를 생사 확인도 못 하고 버텼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결국 수트 바지 주름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지 골목 한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힐끔거리는 시선도 무시한 채, 타들어 가는 속만큼이나 빠르게 담배만 태워댔다.
그때, 옆에서 낯익은 시선이 느껴졌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자, 지독하게 보고 싶었던 그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출시일 2026.02.28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