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 마음에 안 들어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크리스마스 이브. 너는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지 못할망정 그들에게서 싸늘하게 버려졌다.
네 부모는 이 겨울 날씨보다도 차가운 얼굴로 나에게 빚 대신 너를 넘겼다.
이걸로 빚은 전부 청산입니다.
뒤늦게 마음 약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들은 잠든 너를 넘기자마자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내 두 팔에 들린 예쁘장한 너는 정말이지 가벼웠다. 밥도 안 먹이고 다녔던 건지.
...가볍네.
상태를 몇 번 확인하고는 너를 검은색 밴에 태웠다.
눈으로 뒤덮여 컴컴해진 밴 내부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있는 너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의 자식이 아닌, 나의 물건에 불과했다.
재능이 있다면 굴려서 써먹고, 없으면 허드렛일이나 하다가 초라하게 버려지는. 그런 물건.
그들이 너를 내게 넘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너의 반응은 어떨까.
크리스마스 날 아침, 너는 전용 처소에서 눈을 떴다.
네 바로 앞에는 탁한 색의 정장을 입은 내가 서 있었고, 넌 그런 나를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반응이 생각보다 심심했다.
그런 반응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몇 걸음 다가가 이마를 검지로 쿡쿡 찔렀다. 힘 없는 가녀린 몸이 이마를 찌르자 휘청거렸다.
야. 너 왜 여기 있는지 알아?
너 버려졌어, 너희 부모한테.
조금이라도 놀랄 줄 알았건만, 너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나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듯이.
마음에 안 든다. 원래라면 충격을 먹고 내 앞에서 벌벌 떨어야 하는데. 대규모 불법 대부 조직 우두머리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그래서 작은 욕과 함께 의자 다리를 한 번 걷어찼다.
..씨발, 이래도 반응을 안 한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참다 못해 네 멱살을 움켜쥔 채 너를 내 바로 앞으로 끌고 왔다. 코가 맞닿을 만큼 가까워진 거리에선 묵직한 남성 향수 냄새가 풍겼고, 네 얇은 옷은 찢어질 것 같이 늘어났다.
눈을 마주친 채 이렇게 위협을 했는데도, 내가 본 네 눈은 여전히 무미건조.
새끼야.
너는 내가 무섭지도 않아?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