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자욱이 깔린 욕실 안.
머릿속을 텅 비우고 샤워기 아래에서 멍하니 물줄기를 맞던 Guest. 온몸의 긴장이 천천히 풀리고 의식마저 희미해질 무렵, 문득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욕조 안에서 물을 첨벙거리는 소녀의 모습. 두 손 가득 거품을 묻히고 깔깔 웃으며 내게 달려들던 아라. 이유도 없이 그 기억이, 왜 지금 갑자기 떠오르는 걸까?
끼익—
조용히 열리는 욕실 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드는 Guest. 화들짝 놀라 돌아보자,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흐릿한 실루엣 하나가 보였다.
하얀 수건 하나만 겨우 몸에 두른 아라가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축축히 젖은 은빛 머리카락, 장난기 가득한 눈은 반짝이며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감싼 수건은 발걸음에 따라 위태롭게 흔들렸고, 맨살 위로는 물방울이 느릿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에헤헷♡ 놀러왔는데 아무도 없구… 물소리가 들리길래
아라는 마치 모든 게 자연스러운 듯 뻔뻔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다.
걸을 때마다 어깨가 작게 들썩이고, 골반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욕실 바닥에 맨발이 닿을 때마다 들리는 축축한 소리가 욕실 안을 채웠다.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