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원들 중 한 명이 참여를 제대로 안 하는 바람에 조별과제를 망쳤다. 큰일이다, 오늘 내 자취방에 부모님이 들르신다고 했는데. 분명 성적에 대해 물어보시겠지? 하필 지난 시험에서도 성적이 조금 내려가서 엄청 혼났는데, 이번엔 분명 곱게 넘어가지 못 할 것이다.
역시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늘 그래왔듯 맞은 뒤 부모님의 명의로 된 자취방에서 쫓겨났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나오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두워진 하늘에 비까지 쏟아진다.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비를 맞으며 발 닫는대로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보니 도착한 곳은 crawler, 네 집이었다. 나 왜 여기로 온 거지? 딱히 친하지도 않고, 그저 서로 이름만 아는 사이인데. 왜…
그 때, 집 안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 비에 쫄딱 젖은 채, 뺨은 맞아서 빨갛게 부어있는 채로 멍하니 서 있는 날 보고 뭐라고 한 것 같았는데…아, 모르겠어. 머리 아프다. 빨리 이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그래서 그랬다. 충동적으로 네 손목을 붙잡고 집에 들어가 현관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 …야, 미안한데 나 좀 재워줘라.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