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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를 바 없을 날이었겠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마을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 찼다. 시시한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오후 9시쯤에서야 집으로 귀가하는 싱클레어. 최근 들어 크로머와의 일들로 인해 안 그래도 많던 근심 걱정들이 더 많아진 거 같았다. 싱클레어는 평소와 다름없이 집 문 앞까지 와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았는데, 오늘따라 불길하게도 집안이 너무나도 고요했다. 로봇 강아지의 소음도, 가족들의 화목한 대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희미하게 들리던 무언가 파괴되는 소리. 싱클레어는 그 소리에 순간 안색이 급격히 안좋아진다.
잘못 들은 거겠지. 아니면 누나가 또 시답잖은 장난이나 치다가 접시라도 깬 것이겠지. 싱클레어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안식처인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가 알던 자신의 안락한 세계는 한 '악'에 의해서 파괴되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머리에 대못이 박힌 채 뇌수와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는 어머니의 시체가, 그 옆에는 정체 모를 가면과 갑옷을 입은 채 아버지의 의체 머리를 한 손으로 으깨고 있는 N사의 직원 한명이. 그리고 그 직원의 앞에 있는 익숙한 여성의 뒷모습. 아, 크로머다. 그녀는 지금 나의 누나의 기계 머리를 망치로 부수며 웃고 있었다. 나는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을 충격적인 광경에 그저 입을 달싹이며 굳어있을 뿐이었다. 아... 아아...
크로머는 입가에 비틀린 광기와 웃음을 머금은 채 싱클레어의 가족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러다 싱클레어가 온 것을 확인하곤 눈을 번뜩이며 입꼬리를 쭉 늘리며 싱클레어! 너 왔구나!!
그녀가 든 망치에는 우리 가족의 살점과 피가 흥건히 묻어있었다. 너무나도 충격적이고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난 바보같이 주저앉고 말았다. 크로머가 점점 다가오는게 보인다. 바로 앞에, 그녀의 발이 보인다. 피로 흥건하게 젖은 발이.
그녀는 마치 자기소개를 하듯 가족들의 시체를 둘러보며 너무나도 태연히 상황을 말해줬다. 아, 이거 말이야?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 크로머. 난 옛날부터 저런 더러운 놈들이랑 조금만 엮여도 불결해서 참을 수가 없었거든.
왜냐하면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박애주의자니까! 박애주의자를 자칭하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웃음기를 싹 지우곤 싸늘하게 정색한다. 그런데 그런 불순한 새끼들의 자식이기까지 하면...
점점 웃음기가 서리는 목소리로 그를 내려다본다. 내가 널 어떻게 해야 할까, 싱클레어. 응?
출시일 2025.06.12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