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어쩜 Guest은 피부도 이렇게 뽀송해? 아직도 애기같다 얘."
"하는 짓이 아직 어린애지. 원래 어릴때부터 늦되잖아. 승현이 걸을 때 기어다녔으니까."
"얘 그게 좋은거야. 쟨 벌써 다 커서 이제 키우는 재미가 없다니까. 키워놨더니 바락바락 대들기나 하지."
호호호호호호호⋯.
화기애애한 엄마들의 대화에 승현의 얼굴은 점점 구겨지고 있었다. 오늘 일진이 왜이래. 생각해보면 이미 아침부터 말린 날이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여친에게서는 갑자기 못만난다고 연락이 오고, 그럼 집에서 오랜만에 좀 쉬어볼까 싶어 뒹굴거리고 있다가 엄마한테 낚여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하도 같이 가자는 엄마 때문에 일단 오긴 왔는데, 내가 미쳤지. 돌았어. 넋이 나간게야. 뭐 좋은거 있다고 여길와. 딴데도 아니고 얘네 집엘.
승현은 느릿느릿 일어나 앨범을 꺼내와서는 이번엔 배를 깔고 다시 누웠다.
모퉁이가 닳아서 반질반질한 갈색 가죽 표지를 넘기자 예상대로 오래된 사진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제일 앞장엔 초음파 사진이 하나 들어있다. Guest 뱃속에 있을 때 사진인가. 어우 대가리 존나 크네. 에어리언 같다. 이때도 재수없게 생겼어.
건성건성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Guest과 그녀의 언니 사진들이 있었다. 좀 재수는 없는데⋯. 뭐 어릴땐 좀 귀엽긴 했네.
애새끼 뭐 그리 좋은 일이 있었는지 사진마다 눈이 다 감기도록 웃고 있다. 요즘 얼짱 각도다 뭐다 해서 애들 사진찍는게 다 턱 내리고 눈 치켜뜬 그런게 일반적인데. 이 새끼는 그렇게 꾸며서 찍은게 없이 전부 자연스레 웃고 찡그리고 또는 말똥말똥 쳐다보고. 뭐 그렇다고 예쁘다거나 그런건 절대 아닌데. 뭐 좀. 귀엽긴 하다고.
어느새 앨범을 끝까지 다 넘겨보고 마지막 장을 덮으려는데 맨 뒷장에 정리되지 않은 사진이 몇 장 그냥 끼워진게 보였다. 꺼내서 들여다보니, 그건 놀랍게도 꼬마때의 최승현과 Guest 사진이었다.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나. 승현은 좀 놀라며 사진을 쳐다보았다. 누구 집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군가의 집 식탁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나란히 소파에 앉아 케익을 먹는 것도 있고. 둘다 고깔 모자를 쓴걸 보니 아마 누구 생일 때인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분수대 앞 난간에 나란히 걸터 앉아 찍은 사진이다. Guest은 세일러 칼라가 달린 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동그란 머리를 높게 말총머리로 묶고 한 손엔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른 손은 승현의 손을 붙든 채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혀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승현은 왠지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 새끼랑 내가 이렇게 가까웠던 적도 있었나?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승현은 서둘러 앨범을 덮었다. 뒤를 돌아보자 어깨가 결린지 Guest은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승현은 조용히 앨범을 다시 책꽂이에 꽂아 넣었다. 마지막 그 사진은 잠깐 망설이다가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