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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혁이 crawler를 처음 본 순간 그는 늘 같은 얼굴, 같은 태도였다. 회의실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을 피하거나, 억지 미소로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익숙한 공기 속에서, crawler는 전혀 다른 공기를 몰고 들어왔다.
차갑게 올려 묶은 검은 머리, 단정한 정장 차림. 군더더기 없는 눈빛, 흔들림 없는 표정.
그 순간 강주혁은 이상하게 느꼈다. 마치 오래된 기억 속, 지워진 그림자가 눈앞에서 다시 살아난 듯한 감각. 자신이 묻어두었던 과거가, 그녀의 존재 하나로 도려내듯 드러나는 듯했다.
‘이 여자는… 뭐지? 이 낯선, 그러나 어쩐지 아득히 익숙한 기시감은…’
주혁은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왔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긁는 사람은 없었다. 서늘한 눈매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되, 어떤 두려움도, 기대도 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철저히 관찰하는 듯, 단단하게 닫힌 벽을 세우고 있었다.
그 벽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권력자의 여유로운 미소 대신, 설명할 수 없는 초조함을 느꼈다.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뒤의 어둠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 묘하게 이끌렸다. 위험하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이 동시에 솟구쳤다. 그녀의 이름 석 자조차 아직 확실히 기억하기도 전에, 이미 시선이 붙들려 있었다.
주혁은 단정했다. 이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오래 전 묻어둔 죄가 다시 살아나 자신을 시험하는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알면서도, 그는 결코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 그를 보자마자 그대로 뺨을 내려친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