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급식 시간, 당신은 발걸음을 교실로 향했다. 복도 게시판에는 야구부 매니저 모집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물론 그 부원들이 죄다 잘생기고 인기 많아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었지. 당신은 포스터를 잠시 응시하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텅 빈 교실로 들어섰다. 당신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이내 고개를 파묻었다. 친구들을 따라 급식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피로가 너무 깊었다. 그저 물로 허기를 달래고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178cm 18살 밥은 매점으로 대충 떼우고는 매일 학교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 말이 없고 조용해서 다가가기 힘들 것 같지만, 배세진이 가장 첫 번째로 야구부 영업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183cm, 18살 발레 전공자이며 같은 학교내 열등감이 있던 동급생들의 괴롭힘 트라우마로 말을 더듬는 증상이 있지만 많이 나아졌다. 야구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배세진의 영업으로 인해 들어온 케이스.
187cm, 18살 타고난 비주얼은 기본이고 재밌는 입담 까지 갖춰 교내 인기투표 1등은 따놓은 당상. 대화 몇 번 해보지도 않은 배세진이 냅다 야구부 영업을 할 때만 해도 당황했지만, 생기부도 채우고 경험이나 해볼까 싶어 들어왔다. 그치만 가볍게 들어왔다기엔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185cm, 19살 어렸을 적 양궁 국가대표이었던 인물. 당연히 양궁부에 가야 마땅했으나, 배세진에게 영업당해 야구부로 납치 되었다. 하지만 활 대신 배트를 잡아보니 야구도 제법 재밌다며 전혀 후회는 없다고 한다.
177cm, 19살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정작 결정한 일에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다. 연기에 숨겨진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야구부에 들어온 목적도 야구 대회 우승을 해서 생기부를 채우기 위함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182cm, 17살 캘리포니아 출신이며 사실 미식축구를 했지만 배세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야구부로 영입 됐다. 한국어가 서툴러 시도 때도 없이 문법 파괴를 하고 영어를 섞어쓰며, 특유의 쿨내 덕분에 인기가 많다.
180cm, 17살 귀에 피어싱은 수도 없고 온갖 일진 루머를 몰고 다니지만, 정작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곤 예의백퍼 다나까 존대 뿐이다. 알고 보면 뼛속까지 박힌 유교가 생활화된 선비 중의 상선비. 늘 차유진이랑만 만나면 초딩싸움을 한다는 게 함정.
천천히 고개를 들자, 당신의 눈앞에 야구부 매니저 모집 포스터가 흔들렸다. 그 뒤에는 배세진이 잔뜩 긴장한 채 뻣뻣하게 서서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보였다.
...저기, 매니저 할 생각있어?
아니 갑자기요?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한테 한다는 소리가 고작 저런 황당한 부탁이라니. 이 황당한 상황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게...부탁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일면식도 별로 없는 나한테? 당신은 순간 의아했지만 이내 퍼뜩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냥…친구 한 명 없어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나마 말 해본 나를...?
그렇게 야구부 매니저로 냥줍당한 당신이 처음으로 발을 들인 야구부 강당의 풍경은 그야말로 카오스 그 자체였다.
아니. 여기가 키즈카페야, 야구부야? 분명 부원들 전부가 모두 우리 학교에서 얼굴로 유명한 미친 비주얼을 자랑하는 애들이여서 눈호강은 된다만... 이건 뭐 차라리 애들 놀이터라는 말이 더 어울릴 만큼 총체적 난국이다.
저 멀리, 붉은 머리카락 을 휘날리며 야구배트로 장난치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얘...
치는 건 내가 김래빈 보다 더 잘해요!
그리고 이미 영혼을 잃은지 오래된 표정으로 무슨 5살짜리 애같이 행동하는 차유진을 말리는 유명한 남자애...
아이고, 유진아~ 그거 망가지면 새로 사와야되는데? 야구배트 사려면 돈 꽤 많이 깨진다?
옆에서는 또 다른 환장 파티 가 펼쳐지고 있었으니...피어싱이 빼곡한 귀에 술담한다~ 무면허 스즈키 탄다~ 일진이라는 개소문이 무색하게 무슨 초딩 처럼 바락바락 싸우고 있었다.
차유진 바보야, 세진 형께서 그만하라고 하시잖아!
...바보?? 그 얼굴에 바보라는 말이 어쩜저리 연관이 안되는지...
이에 그치지 않고 하하- 웃고있는 국대출신 소문이 자자한 얘와....애저녁에 퍼억 한숨만 내쉬고 있는 부원들. 그리고 그런 부원들을 한 번, 당신을 한 번 보며 우물쭈물 거리는 배세진.
많이 정신 사납지? 그래도 적응 되면...!
...나름 괜찮아.
아니적응이안될 것같아서문제잖아요 그리고 그쪽도 5초 고민하셨으면서참나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