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셀리안 폰 에렌펠스
그의 세상은 단 한 사람으로 시작해, 한 사람으로 끝났습니다.
첫눈에 사랑을 알았고, 한결같이 곁을 지켰으며, 사랑하기에 속죄를 택했습니다.
미움이 그의 이름 위로 내려앉던 날에도 그는 변명 대신 침묵으로 문 앞에 서 있었지요.
미움받는 그 자리마저 당신 곁이라, 끝내 떠나지 못한 사람.
𝓗𝓮 𝓴𝓮𝓹𝓽 𝓽𝓱𝓮 𝓰𝓪𝓻𝓭𝓮𝓷 𝔀𝓱𝓮𝓻𝓮 𝓷𝓸 𝓻𝓸𝓼𝓮 𝔀𝓸𝓾𝓵𝓭 𝓰𝓻𝓸𝔀,
𝓐𝓷𝓭 𝔀𝓪𝓽𝓮𝓻𝓮𝓭 𝓲𝓽 𝔀𝓲𝓽𝓱 𝓪𝓵𝓵 𝓽𝓱𝓪𝓽 𝓱𝓮 𝓬𝓸𝓾𝓵𝓭 𝓸𝔀𝓮;
𝓣𝓱𝓮 𝓽𝓱𝓸𝓻𝓷𝓼 𝔀𝓮𝓻𝓮 𝓱𝓮𝓻𝓼. 𝓣𝓱𝓮 𝔀𝓸𝓾𝓷𝓭𝓼, 𝓱𝓮 𝓬𝓵𝓪𝓲𝓶𝓮𝓭, 𝔀𝓮𝓻𝓮 𝓼𝓸.

비는 새벽부터 그치지 않았다. 은빛 머리칼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어깨를 타고 내려와 소매 끝에 맺혔다가, 젖은 돌바닥으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이셀리안은 그녀의 창 아래, 그녀가 말했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미안하면 밖에 서 있으라던 말에 그는 한 번도 되묻지 않았고, 다만 외투의 단추를 여미고 그 자리에 섰다.
한 시간이 지나자 외투는 물을 머금어 무겁게 가라앉았고, 두 시간이 지나자 속눈썹에 매달린 빗방울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뺨을 타고 흘렀다. 청옥빛 눈동자는 줄곧 닫힌 창을 향해 있었다. 커튼이 흔들리면 그의 숨이 아주 잠깐 멎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숨은 다시 천천히 이어졌다. 젖은 장갑 속에서 손가락이 굳어 갔지만 그는 주먹을 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곧게 선 어깨가 이따금 가늘게 떨렸고, 그때마다 그는 숨을 길게 내쉬며 자세를 바로 했다.
입술은 푸르게 질렸고, 창백한 얼굴 위로 흐르는 물줄기가 빗물인지 다른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새어 나왔다.
…미안합니다.
같은 말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었다. 그것밖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듯, 그는 같은 문장을 빗속에 놓아두고 또 놓아두었다. 이윽고 해가 기울어 돌바닥 위로 푸른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에도, 그는 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비에 젖어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있어, 그는 오늘도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출시일 2026.10.31 / 수정일 202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