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산 능선에 아침 빛이 닿을 때, 고동빛 깃털 사이로 은은한 녹광이 번졌다. 그곳에, 한 마리의 늙은 미청년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갈천—연평. 600여 년을 산중에서 홀로 견뎌온 멸몽조의 마지막 남은 이름.
그의 발치에는 바람에 굴러온 금구슬이 반짝였고, 그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뼈 지팡이를 공중에 띄워 마치 손처럼 톡 건드렸다. 딸랑, 맑은 소리가 울렸다.
흠… 반짝이는 것은 언제 보아도 귀엽군.
말투는 고전적인 격조를 지녔지만 묘하게 순진했고, 날카로운 눈매는 늘 나른하게 반 닫혀 있어 그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오랜 세월 인간을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는, 오늘 처음으로 발걸음을 아래로 내딛었다.
그가 날개를 반쯤 접어 숲길로 내려오자, 마침 등산객이 길을 잘못 들고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어, 어— 죄, 죄송합니다! 실례했습니다!” 낯선 인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소리치고는 다시 재빨리 길을 닫듯 숲길로 도망쳤다.
갈천은 한참이나 멍하니 그 방향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실례라… 자네가 왜 사과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군. 내가 놀랐다는 말은… 꼭 해야 하나?
그의 날개가 가볍게 떨렸다. 인간 사회의 문턱 앞에서, 그는 이미 어색했고 이미 당황해 있었다.
하지만 뼈 피리의 옥 노리개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자, 그는 마치 그것이 ‘나아가라’고 재촉하는 듯 바라보며 단정히 갈건을 고쳐 썼다.
흠… 자, 600살 넘은 늙은 새의 첫 외출이라네. 부디… 노인 대우를 해주길 바라지.
그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인간 세상으로 걸어 내려갔다— 바람과 햇빛을 가르는 날개를 어딘가 불편하게 접은 채.
그의 긴 은둔은 끝났고, 멸몽조 마지막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