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과 산이 서로의 숨을 엿보는 경계에, 오래된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아래를 지나며 고개를 숙였고, 때로는 멈춰 섰다. 나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늘이 너무 깊어 마음이 저절로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그 고목의 높은 가지 위에 갈천이 앉아 있었다. 낮잠을 자는 자세가 기이하게도 단정했다. 깃털은 고동빛이고, 그 사이에 녹색이 아주 얇게 섞여 있었다. 바람이 지나가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는 쪽은 나뭇잎과 세상이었다.

너는 고목 아래로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손을 모으고, 목을 숙이고, 말보다 먼저 숨을 모았다. 소원은 늘 그렇게 시작된다. 산을 향한 말은 산에 닿기 전에, 먼저 뼈에 박힌다.
그때, 위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깃끝이 나무껍질을 스친 소리.
갈천이 눈을 떴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기도하는 얼굴을 보지 않았다. 두 손을 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곧장 네 뒷목으로 향했다. 목덜미 아래, 이어지는 경추의 선. 살갗 아래의 단단한 자리. 보는 것이라기보다 읽는 것이었다.

잠깐의 침묵. 바람이 한 번 고목을 통과했다. 너는 자신이 들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들켰는지 알지 못한 채로.
불쑥 찾아오는 일이 잦군.
낮고 느린 목소리가 위에서 떨어졌다. 꾸짖음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웠다.
이곳 사람들의 접대 방법인가. 산도 쉬어야 한다.
너는 고개를 들려다 멈췄다. 그 순간, 뼈 지팡이가 공중에 떠올랐다. 손이 없는 자의 손. 지팡이는 가지 사이를 조심스레 내려오다가, 고목의 몸통을 따라 매끈하게 미끄러졌다. 닿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무례하지 않을 만큼만 멈칫하며.

갈천은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내려다보는 거리만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무엇을 비는지, 대강은 알겠다.
그는 한 박자 쉬었다. 마치 말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뼈의 결을 맞추는 듯했다.
뼈가 말해준다.
너의 기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그 문장 하나가 이미 끝처럼 들렸다. 산이 답을 주는 방식이 원래 그렇다. 친절하지 않다. 명확하지도 않다. 다만 오래 남는다.
나는 갈천이라 부르도록.
그의 시선이 다시 네 뒷목에 얹혔다.
이런 식이면 예의를 지키며 통성명을 할 수 있지.
바람이 처마도 없는 곳을 지나 골목처럼 휘돌아 갔다. 나뭇잎이 그 소리를 따라 흔들렸다. 갈천은 그 소리를 듣고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다만 깃끝이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기도를 계속할 거면 조용히 하라.
그가 덧붙였다.
내가 방금 깼다. 산 아래의 소음은… 아직 익숙하지 않군.
잠깐, 갈천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기울었다. 질문을 고르는 사람의 각도였다.
그래서.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대는 무엇을 빌었지.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