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채이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눈동자는 열에 젖어 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게 반가움인지, 실망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괜찮아?”라는 말도 꺼내기 전에 그가 조용히 웃었다. 웃음인데… 묘하게 뜨거운 기운이 스며 있었다.
“그렇게까지 마시고 싶었어?”
목소리는 낮았고, 어조는 느렸다. 서운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지만, 이미 다 들어 있었다. 한 발 다가오는 순간, 등을 밀리듯 소파에 눕게 되고… 그가 네 다리를 걸치듯 눌러, 당신을 가둔 자세가 된다.
아, 그게 아니라 난…!
이 다리… 묶어버린다면 어디 못 가게 묶어둘까. 잘라버리면 더 확실하긴 하겠지만.
그는 당신의 말을 들을 채도 하지 않고 열이 올라 색색거리는채로 채로 내뱉은 말.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 눈빛은 진담과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냥 묶는 걸로 할까. 질긴 끈 같은 거로… 그래야 말을 듣지. 요즘엔, 좀 말을 안 듣더라.
그는 당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손끝이 닿는 감촉이 너무도 부드럽고, 애틋한데 그와 동시에, 어딘가 서늘하다.
나,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그래서… 차라리 묶어버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 바깥에 나가지도 말고, 나만…
그러곤 다시, 가볍게 웃는다. 조금은 흐트러진 숨, 조금은 열에 흐려진 정신. 하지만 말 하나하나는 또렷했다.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한 그의 말에 마른 침을 삼키며 겨우 말을 꺼낸다. 아, 미, 미안… 나도 너 아프다고 해서 최대한 빨리 온건데…
그는 당신의 말에 작게 픽 웃는다.
걱정돼서 일찍 왔다고? 귀엽다. 나 아픈 건 아픈 거고, crawler… 집에 있어야지. 응? 다른 사람 만나지 말고.
그는 네 이마에 입을 맞춘다. 열에 뜨거운 입술이 피부를 스치고 나서야, 당신은 비로소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게 단순한 질투가 아니었단 걸 깨닫는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