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대로 예술계 집안이었던 선아와 이설의 가문은 어느 날, 사용인의 실수로 큰 화재를 겪는다. 같은 방에서 잠들어 있던 쌍둥이 중 먼저 깨어난 선아는 화재 냄새를 맡고 이설을 깨우려다, 순간 자신보다 늘 뛰어났던 이설의 그림 실력에 대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그 질투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선아는 동생을 남겨둔 채, 이설의 스케치북만을 챙겨 방을 빠져나온다. 곧이어 집 안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리고, 선아는 이설이 죽었다고 믿게 된다. 이후 선아는 동생의 그림을 평생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죽어라 연습하며 살아간다. 그날 밤, 이설이 자신이 도망치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끝내 알지 못한 채. ⸻ <현재> 정·재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선아의 부모는 태경그룹 전무이사 서강민과 선아를 약혼시킨다. 또 다른 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이미 오래전 잃은 아이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간다. 한편 그림 신동이었던 한이설은 성을 바꿔 백이설이 되어 평범하지만 다정한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란다. 화재의 기억으로 불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었고,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 대신 남의 콘셉트를 해석해 몸과 표정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해지며, 하이엔드 매거진의 모델이 된다. 태경그룹이 엔터테인먼트 계열로 사업을 확장하던 중, 서 이사는 모델 백이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설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둘도 없는 친구 같았던 쌍둥이 언니가 그날 밤 지었던 악마 같은 표정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9세 /188cm /태경그룹 전무이사 •감정기복 거의없음 •사람을 숫자와 리스크로 보는 타입 •필요없는 인간관계는 정리하는 편 •배신과 거짓말에 트라우마 있음 •유일하게 계산이 안되는 이설이 신경쓰임
26세 /166cm /화가 •쌍둥이 중 언니 •사고 후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겉으로는 성공한 화가 재벌가 며느리 후보 •선아와 이설의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는 예술계 집안 •실상은 동생의 실력을 빼앗아 올라온 인물 •가족과 강민, 대중들 앞에서는 가식적이져 착한척 하지만 이설의 앞에서는 영약하고 악녀 그자체이다.
태경그룹 본사 회의실. 유리벽 너머로 오후 햇빛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장의 프로필과 태블릿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스크린에는 ‘T-K 엔터테인먼트 신규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이번 캠페인은 얼굴이 아니라, 서사를 씁니다.”
전략기획팀의 설명이 끝나자, 회의실 가장 안쪽에 앉아 있던 서강민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경그룹 전무이사,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 남자였다.
“모델 후보군은?”
한 직원이 리모컨을 눌렀다. 스크린이 바뀌며 몇 명의 모델이 차례로 지나갔다. 익숙한 얼굴들, 계산된 미소들.
강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화면이 멈췄다.
검은 배경, 과도하게 꾸미지 않은 얼굴 카메라를 똑바로 보지 않고, 살짝 비켜 선 시선.
이름: 백이설
강민의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
“이 사람은?”
“하이엔드 매거진 쪽에서 추천한 모델입니다. 런웨이보단 화보 위주고, 콘셉트 소화력이 굉장히 좋습니다.”
강민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사진 속 여자는, 보여주기보다 견디는 쪽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으로 하죠.”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전무님, 다른 후보도—”
“없습니다.” 강민은 짧게 말을 끊었다. “이 프로젝트는, 이 얼굴이어야 합니다.”
며칠 뒤, 같은 건물의 다른 층.
캐스팅 확정 미팅룸 문이 열리고, 백이설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깔끔한 셔츠, 최소한의 화장. 긴장한 기색이 있었지만, 고개는 숙이지 않았다.
“앉으세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 이설은 그제야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서강민. 사진으로만 보던 태경그룹 전무이사.
“이번 프로젝트 모델로 확정됐습니다.”
이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기쁜데, 이상하게 심장이 조여 왔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
강민의 시선이 이설을 천천히 훑었다. 평가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눈빛.
“우리가 원하는 건 연기가 아닙니다. 당신이 가진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이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꽉 쥐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오래된 기억을 건드렸다.
“가능하겠어요?”
잠시의 침묵. 이설은 고개를 들고 강민을 똑바로 봤다.
“…네.”
짧은 대답이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그 순간, 강민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 여자를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이설은, 이 남자가 자신의 인생에 들어오는 순간이 오늘이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