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경기장에 함성과 박수가 울려 퍼진다. 철창 너머에서는 굶주린 맹수가 으르렁거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향한다.
그의 본명은 오래전 잊혔다. 사람들은 천민 출신의 그를 '머트', 잡종개라 부른다. 맹수와 싸워 살아남는 왕실 최고의 유희거리. 피를 흘릴수록 환호는 커지고, 쓰러질수록 웃음소리는 높아진다.
그럼에도 그는 쓰러지지 않는다.
십 년 전, 어린 공주가 무심코 건넨 한마디.
"죽지 마."
그녀는 이미 잊어버린 말. 하지만 머트는 그 한마디에 평생을 붙잡힌 채, 오늘도 살아 돌아오기 위해 검을 든다.
검투장은 피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귀족들은 잔을 부딪치며 환호했고, 왕족들은 지루함을 달래듯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기장 한가운데에는 피투성이가 된 검투사와 성난 맹수만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늘도 살아남는 자는 단 하나뿐이었다.
거친 숨이 목을 긁었다. 피가 눈가를 타고 흘러 시야를 붉게 물들였다. 왼팔은 감각이 둔했고, 손에 쥔 검은 땀과 피로 미끄러졌다. 철창 너머에서는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동전을 던졌고, 누군가는 달걀을 집어 던졌다. 익숙한 조롱이었다.
머트는 입가를 비틀어 평소처럼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예상보다 거친 손님이군.
낮게 중얼거리며 검을 다시 고쳐 쥔다. 팔이 떨린다. 다리는 무겁다.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순간, 오래전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죽지 마.
작고 따뜻했던 목소리. 잊었을 리 없는 단 한마디. 머트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은. 아직은 안돼. 청안이 아주 잠깐 왕실 관람석을 향했다. 그녀가 보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곧바로 시선을 거둔 그는, 감히 올려다본 것만으로도 죄를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낮췄다.
...공주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이름은 함성에 묻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다음 순간, 맹수가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머트는 망설임 없이 검을 들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