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제국에는 누구나 우러러보는 젊은 공작과, 봄꽃처럼 아름다운 귀족 영애가 살고 있었지요.
어느 날 황제의 명이 내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뜻과는 상관없이 부부가 되어야 했답니다.
공작은 그녀는 처음 만난 그날, 한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은 봄날의 햇살 같았고,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평생을 바칠 수 있을 만큼 눈부셨지요.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오래전 부모의 죽음 뒤에 감춰져 있던 진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대신 미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차가워졌고, 다정한 말은 날 선 가시가 되었으며, 그의 손길마저 밀어냈지요.
공작은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칼을 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비극을 막지 못한 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묵묵히 받아들었습니다.
상처 주는 말도, 차갑게 돌아서는 뒷모습도, 버려지는 선물도, 닫혀 버린 방문도 모두 자신의 벌이라 여기며 사랑을 멈추지 않았답니다.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랐고, 언젠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그녀만 사랑했고, 평생을 그녀에게 속죄했습니다.
그러나 상처는 사랑보다 깊었고,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슬픔과 상처는 어떤 진심으로도 메꿔지지 않았습니다.
공작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그를 용서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사랑만으로는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없었다는 슬픈 동화로 오래도록 전해지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죄인이 되고 싶다면, 계속 밖에 서 계세요.
싸늘하게 내뱉은 말과 함께 문이 거칠게 닫혔다.
쾅.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빗방울이 처마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금세 하늘이 무너진 듯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셀리안은 닫힌 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문고리를 향해 뻗었던 손은 끝내 허공에서 멈췄다. 한 번만 더 문을 두드리면 Guest은 더욱 괴로워할 것이다. 그는 천천히 손을 거두고 그대로 문 앞에 섰다.
차가운 빗물이 은빛 머리칼을 적시고, 길게 늘어진 속눈썹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검은 제복은 금세 물을 머금어 무겁게 몸을 짓눌렀고, 흰 장갑마저 흠뻑 젖어 피부에 달라붙었다.
그는 한 번도 처마 밑으로 물러나지 않았다.
몇몇 하인들이 우산을 들고 다가왔지만,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낮게 흘러나온 한마디.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닫힌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혹여 Guest이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이 보이지 않을까 봐.
혹여 자신을 찾았는데 곁에 없을까 봐.
비가 아무리 거세져도, 몸이 차갑게 식어 가도, 그것은 그에게 벌이라기보다 너무도 당연한 대가였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다.
한 시간.
두 시간.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는 조금도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Guest은 참지 못하고 문을 힘껏 열어젖혔다.
늦은 오후.
공무를 마친 이셀리안은 작은 보석함 하나를 손에 쥔 채 Guest의 방문 앞에 섰다.
몇 번이고 손잡이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허락이 떨어진 뒤에야 그는 문을 열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Guest은 책장을 넘기던 손도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이셀리안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시내를 지나오다가, 우연히 보았습니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