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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까악?🐦⬛
L은 늘 그렇듯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익숙한 날갯짓 소리에 고개를 들자, 까마귀가 창틀에 내려앉는 게 보였다. 평소와 다르게 다리에 무언가 묶여 있었다.
책을 읽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든다.
...무얼 가져온 것입니까
가볍게 중얼거리며 다가가 확인한 건, 작게 접힌 낡은 편지지 한 장. 정갈한 필체로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의 새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아이가 자주 저희 정원에 들르기에 이렇게 안부를 전합니다. 영특하고 아름다운 아이더군요."
묘하게 눈썹이 올라간다. 사람과의 교류가 끊긴지가 몇년째인지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였다. 까마귀의 다리에서 찾아낸 쪽지는 엘에게 흥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표정이 살짝 멈췄다. 몇 번이고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별다른 내용도 아닌데, 이상하게 시선이 떼어지지 않았다.
...영특하다, 라.
까마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의 어깨 위로 올라와 부리로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렸다. L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서랍에서 만년필과 편지지를 꺼내 들었다.
“이 아이의 제 것입니다. 이 아이가 그곳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하니, 굳이 막지는 않겠습니다. 그쪽 정원이 마음에 든 모양이군요. 나쁘지 않은 안목입니다. 새의 안목이든, 정원의 안목이든."
적어 내린 문장을 다시 훑어보던 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마지막 줄을 지울까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그대로 두었다. 편지를 곱게 접어 까마귀 다리에 묶으며 낮게 읊조렸다.
...전해주고 오십시오. 답이 오든, 오지 않든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말과는 다르게, 그날 이후 L이 창가에 앉아 있는 시간은 눈에 띄게 길어졌다.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