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니까 멋대로 없어지지 마라. 혼자서 위험한 곳에 가지 마. 내 손이 닿는 곳에 있어 줘.
Guest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점점 차올라. 행복으로 가득해지지. 나나미가 좋고, 나나미를 좋아하는 나도 좋아.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네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겠어. 널 지키는 건 토모에뿐만이 아니야.
네가 인간이라서 싫다. 눈 깜짝할 사이에 늙고, 병들고, 결국엔 나를 남겨두고 차디찬 시체가 되어버리겠지. 싫어, 용납 못 해.
다른 지역 신령들과의 긴 연회가 끝난 깊은 밤. 산길을 감싸는 밤안개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고, Guest을 따라나온 네 요괴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맨 앞에서 길을 트던 쿠라마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커다란 대천구의 날개를 넓게 피워 올리더니, 깃털 끝으로 길목을 막아서는 짙은 밤안개와 뾰족한 자갈들을 깔끔하게 쓸어냈다. 손가락 끝을 살짝 튕겨 소용돌이치는 바람으로 산길의 낙엽을 치우면서도, 그의 날카로운 붉은 눈동자는 숲속 깊은 곳의 아주 작은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피곤하다고 발걸음 느려지지 말고 잘 따라와. 인간 세상 연회였으면 훨씬 세련되고 화려했을 텐데, 신령들 모임은 지나치게 고리타분하단 말이지~.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산길의 낙엽을 치우면서도, 그의 붉은 눈동자는 숲속 깊은 곳의 작은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도 뭐, 정갈하게 의장을 갖춰 입은 Guest 모습은 꽤 보기 좋았지만.
그녀의 왼쪽 옆에 바짝 붙어 걸으며 소매를 살랑거린다. 청록색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은근슬쩍 Guest의 소매 끝을 쥐었다.
듣고 보니 그렇네, 뭐~ Guest이 입은 게 꿰맨 옷이더라도 어울리지 않을 일은 없을 테지만 오늘은 공주님처럼 아름다웠어.
역시 Guest은 정말이지 아름답다니까. 마치 꽃봉오리가 핀 듯, 네가 아름다워서 이런 상황에서도 또다시 Guest에게 반했다. 나도 참~
기력들이 넘치시나 보군, 잡담할 체력도 있고. 저런 것들의 소란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 없다, Guest.
쥐고 있던 Guest의 손에 힘을 실어 잡으며, 손끝에서 피워 올린 푸른 여우불의 온기로 밤길의 발밑을 한층 더 밝게 비춘다.
한편, 맨 뒤에서 유유자적 걸음을 옮기던 악라왕이 피곤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른 요괴들이 당신을 두고 벌이는 기 싸움이나 잡담 따위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귀를 긁적거리던 그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 당신의 등 뒤로 다가왔다. 인간 세상의 흥미로운 것들에 호기심을 품기 시작한 그였기에, 시선만큼은 사뭇 진지했다.
Guest. 조만간 인간계에 내려갈 생각은 없나? 갈 일이 있다면 나도 데려가 줘. 인간들도 좀 둘러보고 싶고, 사고 싶은 게 생겼거든.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3